[트루스토리] 송은정 기자 = 지난 2000년 출범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한 ‘디지털 삼인삼색’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대륙을 넘나드는 명감독들의 실험적인 중, 단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 선보여 왔다.

대한민국 감독으로는 홍상수, 장률, 봉준호 등 대한민국의 영화 미학을 이끌어온 시네아스트 거장들이 참여한 바 있다. 그 명맥을 이어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한 신연식 감독이 장편영화 제작 프로젝트로 개편된 ‘디지털 삼인삼색 2014’를 통해 주목할 만한 신작 <조류인간>을 선보였다.

이후 <조류인간>은 세계 도처의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는 낭보를 전하며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제36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 제22회 함부르크 영화제 ‘아시아 익스프레스’ 섹션을 통해 유럽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으며, “웅장한 문학적 미스터리”(TWITCHFILM), “미학적 승리”(SCREENDAILY) 등의 호평을 이끌어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견고히 했다.

신연식 감독의 <러시안 소설>의 영화 속 소설이 영화가 되다

<러시안 소설> 속에서 젊은 소설가 ‘신효’가 극중에서 집필한 ‘조류인간’은 액자식 구성을 지닌 <러시안 소설>의 첫 대목을 장식했던 소설. 전주국제영화제의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전작 <러시안 소설>의 한 대목에서 파생한 <조류인간>은 영화가 영화의 모티브를 낳는 계보학적인 실험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평했다.

<러시안 소설>에서 고전문학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아름다운 정취로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던 신연식 감독은 <러시안 소설>의 궤를 잇는 또 한편의 읽고 싶어지는 영상문학을 선보인다. 15년 전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묘령의 여인과 길을 떠나게 된 소설가의 여정을 그린 <조류인간>은 서로 다른 욕망을 쫓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문학적 미스터리 안에 담아낸다.

<조류인간>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신연식 감독은 “나 자신과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또한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또한 <러시안 소설>의 각본을 쓸 당시부터 소설 ‘조류인간’의 영화화를 염두하고 있었다는 신연식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인 ‘신효’가 썼을법한 소설을 상상하며 썼기에, 평소 집필하는 각본과는 다른 스타일의 서사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새가 되고 싶었던 인간의 아름다운 우화를 만나라

인간과 다른 새로운 종인 ‘조류인간’이 존재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기반으로 한 영화 <조류인간>은 인간이 새가 된다는 문학적 메타포가 느껴지는 설정만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물씬 자극한다.

<조류인간>은 새가 되기 위해 가족을 떠나온 아내와 그녀의 행방을 좇는 소설가 ‘정석’이 15년의 시차를 두고 ‘수상한 관문’을 통과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한의사, 약초꾼, 사냥꾼으로 이어지는 이 ‘수상한 관문’은 즉 ‘새가 되기 위한 관문’이다.

아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동물로 ‘새’를 선택한 신연식 감독은 “<러시안 소설>을 쓰는 순간에 문득 생각이 난 제목이기 때문에, ‘새’라는 대상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아마도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존재로 새를 떠올린 것이 아닌가 싶다. 옆에 있는 누군가가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는 영화적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극단적인 예시인 것”이라고 독특한 설정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우화와 같은 정취를 지닌 <조류 인간>은 남양주 축령산, 한계령, 강경 등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긴장감 있게 펼쳐내,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미스터리 문학과 같이 놀라운 흡입력을 발휘한다. 또한 숨 가쁘게 달려간 클라이맥스 끝에는 가슴 속에 짙은 여운으로 남을 기묘한 감정의 파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방송은 15일 밤 12시 35분,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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