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맨, MB맨, 친박인사, 폴리널리스트, 관피아 등 ‘부적격 인사’ 대다수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KBS 새 사장 후보 공모가 지난 14일 마감됐다.

하지만 방송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인물은 물론 전두환 정권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인물, 나아가 KBS를 ‘MB방송’으로 만든 핵심 인물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는 당장 성명을 내고 “역시 우려했던 그대로다”며 “14명의 지원자 가운데 부적격 인사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성명에 따르면 우선 강동순씨는 그 유명한 2007년 ‘강동순 녹취록’ 파문의 장본인이다. 당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었던 그는 당시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윤명식 KBS 심의위원, 전직 방송사 대표와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가 정권을 되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한다”며 방송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또 호남 사람들에 대한 비하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려면 KBS 노조를 잡아야 한다는 등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망언을 쏟아냈다. 이 밖에도 2003년 그가 KBS 감사를 맡았을 때는 KBS 내부 문서가 특정 정당에 유출되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심지어 조선일보에 KBS 감사팀 보고서가 실리기까지 했다.

권혁부씨는 1970년대 공화당 사무처 직원이었다가 KBS에 특채된 뒤 이길영, 박성범, 양휘부 등과 함께 전두환 정권 당시 문공부 홍보정책실의 ‘언론인 개별접촉’ 보고서에 등장한 인물이다. 즉, 전두환 정권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자다.

또 2008년 8월8일 경찰병력이 KBS에 난입할 당시 경찰이 들어오도록 3층 철문을 개방하도록 지시하는 등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불법으로 내쫓는데 앞장 선 ‘KBS 이사 6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미 KBS 사장 공모에 3번이나 떨어졌지만 그의 권력욕은 끝이 없어 보인다.

고대영씨는 이병순 사장 시절 보도총괄팀장, 김인규 사장 때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KBS를 ‘MB방송’으로 만든 핵심 인물이다. ‘위키리크스’ 자료를 보면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미대사관 관계자들에게 대통령 선거에 대한 정보를 건네기도 한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2011년 KBS의 민주당 불법 도청 의혹이 불거진 당시에는 사건의 총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보도본부 간부들과 함께 대기업으로부터 수백만 원대의 골프와 술 접대를 받았다.

또 수차례 후배 기자들의 멱살과 머리채를 잡는 폭력행위를 일으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결국 2012년 양대 노조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84.4%라는 사상 최고의 불신임을 받고 KBS로부터 영구 퇴출됐다.

이정봉씨는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앉히는 데 주도적으로 뛴 공로로 김 사장 당시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MB 정권 초기 줄기차게 용비어천가를 불러댄 인물이다. 그가 보도본부장으로 재임했던 1년은 KBS의 공정성이 현격히 후퇴하는 해였다.

오죽하면 당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실시한 기자, PD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KBS가 불공정해졌다는 응답이 94.1%에 이르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을까. 그는 이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기는커녕 치졸한 보복 인사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고, 두 번이나 사장 공모에 응모하는 후안무치한 행동까지 보였다.

홍성규씨는 차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 정무직공무원으로 2011년부터 3년간 근무한 인물이다. 그가 KBS 사장이 된다면 5공화국 시절 악명 높았던 허문도씨가 KBS 사장이 되는 격이다. 박근혜 정부가 입이 닳도록 외친 관피아 척결의 대상이 홍성규씨다. 이는 고위공직자가 퇴직 전 5년, 퇴직 후 2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이나 업체에 취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몽룡씨는 KBS 부산총국장 출신으로 MB정권 1호 낙하산으로 스카이라이프 사장이 된 뒤 2009년 당시 최영익 전 총괄전무(현 KT CR지원실장), 우성용 전 기술서비스본부장 등 핵심 경영진과 함께 조작된 자료와 거짓보고 등 부정한 방법으로 유료방송사업의 핵심기술인 CAS(Conditional Access System, 수신제한시스템) 공급업체를 NDS에서 Nagravision(이하 Nagra)으로 변경함으로써 스카이라이프에 최소 약 800억 가량의 재산상 위험을 발생케 하는 등 무려 1300억 규모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현재 전국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로부터 고소당한 인물이다.

지난해 6월 길환영 당시 사장이 ‘외압 논란’으로 물러나면서 잔여 임기를 맡았었던 조대현 현 사장은 조합원 1428명의 투표 결과, 무려 82.4%의 불신임을 받고 사실상 사장 자격을 상실한 인물이다. 공정방송을 농단하고 무능 경영으로 KBS의 위기를 더 고착화시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길환영 전 사장 퇴진 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충돌을 문제삼아 1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전국언론노조 KBS 간부들에게 정직 등 무더기로 중징계까지 내렸다.

이밖에 안동수씨는 정연주 사장 시절 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최근에는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자리를 요구하고 다니는 정치적 행보로 입길에 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전국언론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에서 “여기에 거론하지 않은 나머지 인물들 가운데 대다수도 사장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KBS 이사회가 새 사장 선임과정에서 이들 부적격 인사를 철저히 가려내고 검증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청와대 뜻대로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해 온 부적격 인사가 사장에 선임된다면 우리는 파업 등 동원 가능한 모든 투쟁으로 전면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계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앞두고 인선 결과가 적지 않은 정치적 여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청와대 의중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켠에서는 이미 청와대가 후임자를 물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사장의 유임 외에 대안이 없는 결론을 내놨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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