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아는 사람만 쓰니까!

[트루스토리] 서태석 기자 = 박근혜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조윤선(46.사진) 대통령 인수위 대변인이 내정됐습니다. 조윤선 여가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해 4월 19대 총선 때부터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대변인을 지냈고, 지난해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을 역임했었습니다. 한마디로 2001년 여성가족부 출범 이후 최연소 장관 후보가 된 셈입니다.

▲ 사진제공=조윤선 의원실
조윤선 장관 내정자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33회 사법고시를 거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씨티은행 법무본부장과 부행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정치는 2002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회창씨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으로 입문했습니다. 한마디로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8년 3월 나경원 대변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당 대변인으로 임명되면서 차분하고 논리적인 화술로 당의 ‘입’ 역할을 무리없이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조윤선 내정자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 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습니다. 지난해 4ㆍ11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새누리당 선대 대변인으로 맹활약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대선 후보 대변인, 박근혜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약했습니다. 가족은 변호사인 남편 박성엽씨와 2녀가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조윤선 대변인이 내정되자, 온라인은 후끈거리는 분위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연예인급의 빼어난 외모로 인해 ‘제2의 나경원’이라는 소리를 줄기차게 들어왔던 인물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당선인 보다’ 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도 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대선 드라마에서 인기없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녀는 주요 포털 상위권 검색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엄청난 재산 때문입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조윤선 내정자는 2012년 국회의원 퇴직 당시 51억7546만7000원의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본인 명의의 건물은 서초동 래미안퍼스티지아파트 전세권(267.77㎡·16억5000만원)과 종로구 숭인동 롯데캐슬천지인 아파트 전세권(142.15㎡·3억9000만원), 종로구 내자동 사무실 전세권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배우자 명의의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15억3600만원)를 더하면 건물 합계액만 36억600만원에 달합니다. 조 내정자 명의의 인천 부평구 십정동 대지 2건(4억3080만원)도 재산 내역에 포함됐습니다. 본인 명의의 예금은 6억8872만9000원, 배우자 명의는 10억7350만2000원이었다. 두 딸은 각각 445만3000원과 432만9000원의 예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원권으로는 본인 명의의 웨스틴조선호텔 등 헬스 회원권 2건(각 3285만원, 7500만원)과 배우자 명의의 골프 회원권(2억700만원) 및 헬스클럽 회원권(2430만원) 등 총 3억3915만원을 신고했습니다. 이밖에 채무로는 전세보증금 2억원과 배우자 소유의 차량리스 재계약 3896만원, 채무상환 2억5252만원, 반포동 아파트 임대보증금 4억8000만 원 등 등 9억7149만6000원이 신고된 바 있습니다.

조 내정자의 재산이 51억이라도 해도 그녀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재산이었다면 그리 놀랄 것은 없지만, 그녀는 일반적인 회사생활을 해왔고, 파란만장하게 살아오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환경에서 자란 건 아니기 때문에 유산은 아닌 듯 싶습니다. 본지 확인 결과 그녀는 회사원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 밑에서 평범하게 성장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51억 재산의 상당 부분을 몇 차례 떨어진 끝에 붙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와 부행장 시절의 급여, 그리고 남편과 함께 이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조윤선 내정자 역시 향후 진행될 청문회에서는 세금 납부 여부도 검증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조윤선 대변인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형국입니다. 그녀가 박근혜 당선인의 최측근 수행원으로 활동했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한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새정부 요직으로 들어 갈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문화부 내지는 금융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외교와 법률 부분에도 물론 해박하지만, 조윤선 내정자는 ‘미술관에서 오페라를 만나다’라는 책과 ‘문화가 답이다’라는 문화 관련 교양서를 두 권이나 낸 예술 분야에도 능통한 ‘실력파’ 정치인입니다. 평소 조 대변인은 그림과 오페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 다른 정치인들이 선거 때 책을 출간하는 것과 달리, 일상 속에서 이 같은 저서를 통해 문화정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놓았습니다. 물론 조 내정자는 시티은행 부행장 출신답게 금융 쪽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지식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녀의 커리어에 견줘볼 때, 문화체육관광부나 금융 분야를 대부분 예상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된 셈입니다.

당장 60여 개 단체로 이뤄진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는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 및 장관 후보자 18명 중 여성이 단 2명으로 고작 11.1%에 그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도 논평을 내고 “이번 인선 결과는 당선인이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여연은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의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에 대해 “여성 관련 활동경력이나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인물을 장관 후보로 내정한 것에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여연은 “조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가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박근혜 정부의 여성정책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조 내정자에게 여성부가 실질적인 성평등 전담기구로 자리매김할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여성단체도 우려할만큼 조 내정자는 ‘여성’과 ‘가족’ 쪽에 어울리는 활동이나 경력은 전혀 없다는 것 입니다.

결국, 이번 조윤선 내정자의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은 또다시 박근혜식 ‘인사스타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 케이스라는 평가입니다. 전문성이 과감히 떨어지더라도 ‘내 사람’ ‘내 측근’은 반드시 ‘임명해준다’, 그리고 ‘여성 대통령’인 만큼 ‘여성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여성부’에 그대로 투영됐다는 설명입니다.

‘대변인 전문’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조윤선 내정자는 당 대변인에서 경선캠프 대변인으로 선대위 대변인으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박근혜 그림자 수행’ 역할을 잘 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특히 대선 과정에서 코디네이터가 없는 박근혜 후보의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코치하는 ‘스타일리스트’ 역할도 톡톡히 해낸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런 점은 박근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탈바꿈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으로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스타일리스트 역할만 잘했다면 ‘극찬’을 받을 일이지만, 박근혜 후보를 향한 지나친 충성심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해 11월8일 오전 11시께 프레스센터 18층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나오는 박 후보에게 ‘뉴스타파’ 조 모 피디가 “(MBC) 김재철 사장 해임 관련 김무성 본부장에게 보고를 받았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경호원과 함께 캠프 인사들 20여 명이 조 PD를 포함한 ‘뉴스타파’ 제작진 3명을 에워싼 뒤, 18층 계단과 복도의 연결 공간으로 밀어 넣었다. 한마디로 기자들을 ‘감금’시켜버린 것입니다. 제작진이 항의했지만, 캠프 인사들과 경호원들은 박 후보가 프레스센터를 빠져나갔다는 내용의 무전을 받을 때까지 제작진의 행동을 저지했습니다. 박근혜 후보 캠프는 당시 기자들에게 “3미터 주변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데, 압권은 조윤선 대변인의 말입니다. 당시 사태와 관련해 조윤선 대변인은 “오늘 (취재가) 풀로 운영되는줄 모르셨나보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도 등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 후보 뒷편에 있던 조윤선 대변인은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이 있자 앞으로 나와 “어디 언론사세요?”라고 물었고, 뉴스타파 제작진이 “뉴스타파입니다”라고 답변하자마자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의해 뉴스타파 여성카메라 감독은 남성 당직자에게 끌려갔습니다. 만약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였다면 어떤 행동이 뒤따랐을까 자못 궁금해집니다.

어쨌든 조윤선 대변인이 박근혜 후보를 위해 대변인 역할을 잘한 것은 박 당선인 측 입장에서 보면 박수(?)를 쳐줄 일이지만, 결국 그녀의 활동으로 국민의 알 권리는 철저히 봉쇄됐습니다. 그런 분이 이제 박 당선인의 인사에 따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됩니다.

조윤선 내정자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당선인이 최근 ‘내 정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으냐, 여성가족부는 다른 부처와 힘을 합하는 일이 많으니 코디네이터(조정자)라고 생각하고 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정책을’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정책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조 내정자는 “어떤 정부, 어떤 대통령 당선인보다도 여성의 행복과 자아실현, 사회진출에 관해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로 지명된 것에 대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들떠 있는 표정입니다.

여성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는 “다소 의외의 인물이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힘이 없어지고 초라해질대로 초라해진 여성가족부가 ‘박근혜 그림자’가 온다고 하니 손사래 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철학이나 의중을 잘 알 테니 향후 여성 정책을 펼 때 박 당선인과 긴밀히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나 전문가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는 결코 아닙니다. 단순히 그녀가 박근혜 정부에 임명된 이유에 대해 ‘알던 사람’나 ‘아는 사람’만 ‘또 쓰는’ 박근혜 당선인 ‘편안하고 안일한’ 인사정책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40대의 젊은 장관이 취임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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