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상반기 조기집행한 정부 살림은 '여유'

▲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항공뷰. [사진=네이버지도]

[뉴스퀘스트=박민석 기자] 작년 3분기 가계 여유자금은 늘지 않고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까지는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자금을 긁어모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가계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정부 재정은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으로 지출이 줄면서 여유 자금이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1조 원으로 2분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지난 2009년~2017년 3분기 규모가 평균 13조6000억 원임 점을 감안하면 가계 살림살이가 상당히 어려워진 것이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로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 돈을 의미한다.

지난해 3분기 가계에서 빌린 돈이 줄었으나 주식과 펀드로 굴린 자금도 함께 빠져 여윳돈이 늘지 않았다. 가계의 자금조달과 자금운용 규모는 각 25조1000억원, 36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조5000억원, 2조4000억 원씩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2016년 이후 신규 분양 물량 등이 증가한 영향으로 가계 자금이 여전히 주택 투자에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년에 비해 순자금운용은 빠듯한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주거용 건물건설(명목·원계열) 규모는 3분기 28조1000억 원으로 예년(16조8000억 원)에 비해 많다.

가계와 달리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은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17조9000억 원으로 전분기(13조1000억 원)에 비해 4조8000억 원 늘었다. 통상 정부의 여유자금은 재정 조기집행으로 상반기에 줄었다가 하반기에 확대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기업들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7조2000억 원으로 전분기(15조4000억원)에 비해 축소됐다. 지난해 여름 적자를 냈던 한국전력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조정양상을 보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투자를 위해 자금을 외부에서 빌리는 경우가 많아 순자금조달로 기록되는 게 통상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