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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산기 ⑧] 미륵의 성지 모악산 (1)
[한국 유산기 ⑧] 미륵의 성지 모악산 (1)
  • 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19.08.1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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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모악산(母岳山)은 전주·김제·완주에 걸쳐 있다.

정상 동쪽에 아이를 안은 어머니 모양의 “쉰길바위”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백제의 애환이 서린 곳으로 옛날에는 큰 뫼를 상징하는 금산으로 불렸다.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백제시대 세워진 금산사가 있다. 조선말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원불교, 증산교 등 신흥종교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한때 대원사, 귀신사, 수왕사 등 무려 80여 개의 크고 작은 절이 있었다. 산기슭에는 모악산이 후천세계1) 중심지라 믿는 신도들이 마을을 이루기도 했다.

백운동·동곡·용화동마을…….

특히 김제의 금평저수지 오리알터는 미륵이 내려와 용화세계를 만든다고 올(來)터가 변해서 된 것이라 한다. 풍운아 정여립, 천주교 박해로 흘러든 사람들, 동학혁명군, 전봉준, 강증산도 이곳을 스쳐갔다.

계룡산과 모악산에 새로운 종교가 모여드는 것은 미륵신앙과 풍수지리의 영향으로 본다. 정감록은 계룡산에 이씨를 대신할 정씨왕조가 열린다고 했지만 계룡산은 양(陽)으로, 어머니인 모악산은 음(陰)이기 때문에 선천(先天)·후천(後天)이 양·음이므로, 이미 지난 양을 대신해서 모악산의 후천 기운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계룡산과 더불어 민중 신앙의 텃밭으로 보면 국토의 자궁 위치로 알려져 있다.

금산사 미륵전.
금산사 미륵전. [사진=예천군청]

백제의 애환이 서린 곳, 민중 신앙의 텃밭

아침 6시 대구에서 출발했으니 모두 잠자는 것인가? 조용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으로 넓은 들판이 활짝 열렸다.

“아침도 안 먹고……. 일을 이처럼 열심히 했으면 떼돈 벌겠다.”

“돈보다 즐기는 것이 인생.”

“어떻게? 품위 있게 즐깁시다. 다 같이 멋진 인생을 위해서…….”

박수 소리에 호남평야를 지나 어느덧 일주문에 도착한다. 7월 초 아침 9시 흐린 날씨다. 배낭을 둘러매고 누리장·까마귀베개·벽오동·위성류·신갈나무를 뒤로 하고 걷는다.

모감주나무는 노란 꽃을 피웠다. 금산사(金山寺) 본당 미륵전은 나무로 지어진 3층 건물로 국보다. 삼국시대까지 불교는 교종이 대세였고, 나말·고려 초에 선종의 구산선문이 나타났다.

교종의 5교2)는 열반·계율·법성·화엄·법상종이었다.

이곳 출신 진표(眞表)는 금산사를 중심으로 법상종을 발전시켜 불교의 대중화에 힘썼다. 어릴 때 개구리를 버들가지에 꿰어 물에 두고 잊고 지내다 이듬해 봄까지 꿰인 채 살아 우는 것을 보고 참회하여 12세 때 금산사로 출가하였다.

미륵을 모신 까닭에 석가모니 대웅전 대신 미륵전이 있다. 귀족불교인 신라에 비해 백제 지역에서는 민중불교가 번창했다.

스스로 세상을 구원할 미륵이라 하여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나 아들에 의해 유폐된다. 노쇠한 견훤은 넷째 금강에게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 전장에 나가 패한 본처의 아들 신검·양검·용검이 미덥지 못했고 금강이 유능했다고 믿었다.

눈치 챈 신검이 이복동생 금강을 죽이고 견훤을 이곳 미륵전 지하에 가둔 뒤 왕위에 오른다. 탈출한 견훤은 왕건에게 가서 아들을 적이라 부르며 자신이 세운 후백제를 멸망시키게 한다. 권력은 부자지간도 뵈는 게 없다.

멀리 산도 잘 보이지 않는데 뒷산 실루엣이 모악산 정상이다. 금산사 경내를 둘러 거대한 미륵전의 장육불에 합장하고 삼·편백나무 숲을 지난다.

심원암 갈림길 흰목이버섯.
심원암 갈림길 흰목이버섯.  [사진=예천군청]

10시경 청룡사 갈림길(주차장1.2·연리지0.4·정상4.4킬로미터) 주변에 우산말나리, 하늘말나리는 하늘 보며 자란다.

잠깐 걸어서 줄기가 붙은 연리목(連理木). 가지가 붙어 있으면 연리지(連理枝)라 한다. 10분 더 올라 심원암 삼거리 지나 심원암 쪽으로 간다.

10시 35분 심원암 근처에는 비목·굴피·개옻·때죽나무. 산길 따라 오르는데 물봉선, 기생여뀌, 쥐똥나무를 만나고 길옆에는 상수리나무 그루터기에 목이버섯이 탐스럽게 자란다.

11시경 고려시대 세운 북강삼층석탑 갈림길(모악산 정상2.4·북봉1.3·심원암갈림0.5킬로미터)이다.

날씨는 흐려서 비올 듯하고 당단풍·신갈나무 아래로 조릿대 군락.

비둘기 웅크려 도무지 날아가지 않는다. 바위에 앉아 잠시 쉬는데 안개 속에 철탑이 흐릿하다. 철탑인지 송신탑인지 정수리를 박고 있어 산을 망쳤다.

능선을 바라보면 물·불·바람 삼재(三災)를 막아주는 어머니처럼 포근한 형세다(三災不入之地). 마름모꼴 중앙에 금산사가 있다. 모악산 중턱의 천일암(天一庵) 주변은 기(氣)가 많이 나오는 곳으로 명상수련을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팥배·사람주나무 지나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두 번째 헬기장 북봉(정상0.6·매봉5.9·금산사4·심원암2.4킬로미터)이다. 노린재·싸리나무 위로 여전히 산 정상은 안개, 밤나무꽃 냄새도 코끝을 간질인다.

봄에 오면 진달래 만발할 것이라 생각하며 5분 더 올라서 정상삼거리 720미터 지점(정상0.5·매봉2·금산사4.3킬로미터), 쪽동백·생강·팥배·신갈나무지대다.

정오에 어수선한 송신탑 철망을 돌아 모악산 정상 표지석(793.5미터). 멀리 덕유산, 지리산을 볼 수 있는데 느림보 일행들이 도착하지 않아 30여 분 동안 산 아래를 살펴본다. 우리나라 최대의 호남평야가 눈앞에 확 보일 것인데 어둡다.

금평·구이저수지, 전주 시가지는 흐리다. 모악산은 엄뫼에서 한자로 모악이 되었다. 어느 해 여름날 정상에서 바라보던 호남의 장대함이여. 내가 장대하다고 말하는 것은 호남이 민중역사의 현장이며 핍박에 시달린 항쟁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민초들의 기개가 숨어있는 곳이다.

모악산 탑의 위용.
모악산 탑의 위용. [사진=예천군청]

전봉준은 몸집이 작아 녹두라 불려 녹두장군이 된다.

가난에 시달려 순창·임실 등지로 떠돌아다녔다. 한약·풍수·택일·대필 등 여러 일을 했다. 고부군수 조병갑이 농민들을 강탈하자 이에 맞선 아버지는 맞아 죽고 백성들의 분노는 폭발한다. 1894년 탐관오리를 무찌르며 손화중·김개남 등 동학접주와 농민들이 주축이 된 10만여 동학혁명으로 확산된다.

한 달 만에 호남을 점령하자 조정에서는 외세를 끌어들인다. 뜻밖의 국면에 전봉준은 개혁안을 받아들이고 농민군을 해산시킨다.

호남에 한정됐지만 집강소를 통해 농민자치를 했다. 청·일 전쟁에서 이긴 일본에 대항하여 다시 전봉준은 함경남도, 평안남도까지 세력을 떨쳤으나 패하고 만다.

일본군에 넘겨져 41살에 처형된다. 서울로 압송되면서도 유혹을 뿌리친 그는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꿈꾸며 반봉건, 항일의병의 원동력이 되었고 갑오개혁으로 이어졌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녹두꽃은 녹두장군 전봉준을, 청포장수는 민중을 뜻한다.

(다음 회에 계속)

<주석>

1) 양반 중심의 세상이 끝나고 외세의 침략을 극복하여 억눌린 사람들이 대접 받는 세상.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고 백성들이 바라는 풍요로운 사회가 온다는 사상.

2) 열반종은 무열왕 때 보덕이 경복사를, 계율종은 선덕여왕 때 자장이 통도사를, 법성종은 문무왕 때 원효가 분황사를, 화엄종은 문무왕 때 의상이 부석사를 중심으로, 법상종은 경덕왕 때 진표가 금산사를 근본도량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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