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종료를 결정함에 따라 한미일간 외교는 물론 경제적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한일간의 외교, 경제적 긴장관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은 23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일본의 경제 보복 심화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한대훈 연구원은 “한일 양국이 서로를 향한 보복 조치를 번갈아 단행하고 있다”며 “일본은 당장 우리 산업계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기 위한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현재 일본과 비교해 화학·플라스틱·고무·가죽·기계 분야에서 절대 열위에 놓여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일본의 공격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앞으로 일본과의 마찰이 격화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소재 등 국산화 관련 종목은 시장의 관심을 받겠지만, 전반적인 투자심리는 또 한 번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투자증권도 이날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한일간의 경제 전망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우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생산차질 우려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만약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차질이 불가피하지만, 핵심반도체 소재에 대해 3개월 이상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단기적 생산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통관 관련 허가 심사가 장기화될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소재 구매 활동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또 “일본 수출규제 강화는 메모리 공급 및 안정적 조달에 대한 우려로 반도체 현물가격의 상승이 다시 시현되며 고정가격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재고 축소 기회로도 활용될 수도 있어 장단기 관점에서 득과 실이 상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분야는 내년부터 소재, 장비 국산화 시작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되고 수출심사가 강화된다고 가정하면, 반도체 및 2차전지 핵심소재에 대한 국산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일본이 독과점적 공급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에칭가스, 감광액, 전구체), 2차전지 (음극바인더, 양극바인더, 파우치) 소재는 이르면 내년부터 국산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 (노광기, 증착기)와 반도체 이송장비 (반도체 웨이퍼 이송장비, 로봇)는 일본 의존도가 80% 이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증착장비 국산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연간 시장규모가 1조원으로 추정되는 반도체 웨이퍼 이송장비 (OHT)도 내년부터 국산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소재 국산화 예상 업체로는 SK머티리얼즈(에칭가스), 솔브레인 (에칭가스), 한솔케미칼 (전구체, 음극바인더, 양극바인더)과 장비 국산화 예상 업체로는 관련 업체로는 에스에프에이 (반도체 웨이퍼 이송장비, 증착기), 원익IPS (증착기) 등을 소개했다.

한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미국과의 관계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한국 정부에 대한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강한 우려'와 '실망' 같은 표현을 동원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질문에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기대와 배치되는 결정이 나온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셈으로, 한일의 대화를 촉구하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한일간 경제 관련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 “경제가 외부의 어떤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과 국가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특별회계를 신설해 메년 2조원 이상 예산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겠다”며 “국내 수요·공급 기업 간 건강한 분업 밸류체인이 정착되도록 상생협력모델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