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고용 부진에 8개월째 0%대...당국 "인플레 상황은 아니다"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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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우리경제가 '준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진 것 아닌가?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이던 물가가 지난달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나오는 우려다. 경제성장률과  소비, 투자, 고용이 모두 부진한 것이 물가하락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하 전년동월 대비)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였다. 지수상으로 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 8월 104.85를 기록, 작년 8월(104.81)보다 0.04 낮았다.

물가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래 처음이다.

물가는 올해 1월부터 8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8개월 연속 0%대 물가를 기록한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9월이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이렇게 물가가 하락한 것은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물가 등이 낮았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은 –7.3%, 공업제품은 –0.2%를 각각 기록했다. 공업제품 중 휘발유는 7.7%, 경유는 4.6% 각각 떨어졌다.

이 결과 신선식품지수는 13.9%, 생활물가지수는 0.4% 각각 하락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근원물가지수)도 0.9% 상승에 그쳤다. 근원물가지수는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경제 체온계’로도 불린다. 한국은행은 적정한 근원물가지수를 2%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차관은 "글로벌 경기둔화,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저물가 흐름이 장기화 할 경우 경제활력을 추가로 저하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물가 상승률이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윤 부총재는 이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순환적 요인만 아니라 글로벌화,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사슬 확대, 전자상거래 활성화, 저임금 노동 공급 증가에 따른 임금 상승 둔화가 물가 상승을 끌어내리는 구조적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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