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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산기⑩] 동백꽃 피는 선운산(2)
[한국 유산기⑩] 동백꽃 피는 선운산(2)
  • 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19.11.29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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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

9시 넘어 가파른 365개 돌계단을 지나 내원궁(內院宮) 도솔천 맨 꼭대기까지 올라갔으나 바위 위로 못 가게 목책을 가로 쳐 놓았다.

“…….”

“멋대로 길을 함부로 막아놨어.”

천마봉에서 바라본 선암산, 멀리 선운사. 바위 오른쪽 도솔암.
천마봉에서 바라본 선암산, 멀리 선운사. 바위 오른쪽 도솔암.

민중의 외침 일깨우는 마애불상

궁시렁거리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또 만났다. 아래쪽에서 따라오던 노신사였다.

그대로 갈 수 있지만 다시 도솔암으로 내려서서 휴게소 옆으로 올라간다. 천마봉0.4·낙조대1킬로미터 거리다. 소나무, 참나무, 층층·사람주·물푸레·산가막살·생강·팥배나무 하얀 꽃들……. 가파른 철 계단 지나 오르려니 힘들고 땀이 솟는다.

건너편 마애불상의 윤곽이 더욱 또렷한데 민중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조정의 수탈과 외세에 저항하여 수운 최제우가 백성을 구제하려 창시한 민족종교가 동학이다. 천주교 서학의 반대다.

수운이 잡히자 2대 교주 최시형은 태백산·평해·죽변1)·영해 등지에서 저항하며 불태워진 동경대전(한문 경전), 용담유사(서민 한글 교리서)를 펴냈다.

유불도(儒佛道)와 인내천으로 민중의 환영을 받았으나, 1894년 동학농민운동 이후 탄압받아 3대 교주 손병희 때 천도교로 바뀌었다.

9시 40분 천마봉 284미터 바위산에서 5분쯤 더 오르면 낙조대다. 일망무제 낙조대에서 고창 읍내와 멀리 서해가 흐릿하다.

낙조대 바로 아래로 무슨 촬영지라고 팻말이 붙어 있다. 바위산에 철쭉·마가목·쇠물푸레·노린재나무를 지나 국사봉(견치산)으로 간다. 10시 10분경 대나무 길에서 무슨 연유인지 노신사를 세 번째 만났다.

“선생님 참 인연입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

수리봉에서 바라본 서해안.
수리봉에서 바라본 서해안.

산길에는 온갖 나무, 새소리, 꽃향기들이 바람 타고 날아와 코끝을 간지럽힌다.

국사봉(346미터, 견치산)에 닿은 것은 10시 30분, 두 번째 왔다. 이정표 없어서 수리봉 갈림길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 것이다.

또 갈림길에 섰지만 수리봉(도솔산) 2.3킬로, 1.6킬로미터 두 개의 표지판 중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 몰라 지도를 꼼꼼히 살피며 간다. 한참 헤매던 산길, 나무 그루터기 쓰러져 길은 아득하고 우왕좌왕해도 산딸나무 꽃이 환하다.

11시에 도솔산 수리봉(336미터), 줄포만 조망이 좋고 산마다 팥배나무 꽃이 만발하다. 다른 길로 간 일행에겐 1시간 늦은 12시까지 선운사에 도착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참당암을 포기하고 마이재까지 갈림길(석상암0.8·수리봉0.7·경수봉2.2·심원면2.5킬로미터) 20분가량 걸렸다. 키 큰 나무를 지날 때마다 모자 한 번씩 벗어 벌레를 털면서 내려간다.

선운산은 원래 도솔산(兜率山)이었으나 선운사가 유명해지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경수봉, 견치산 등이 솟아 크게 높지 않지만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린다.

내려오는 산길 숲 냄새가 좋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 딱 두 개 있는데, 아이 냄새와 숲 냄새라고 생각한다.

숲을 찾는 시간만이라도 다섯 티끌(財·名·食·睡·色)을 떨치면 탐욕에 찌든 정신이 맑아지고 상처 받은 영혼도 치유될 것이다.

일찍이 애드워드 윌슨2)은 본성(本性)에 숨어있는 생명과 자연사랑(Biophilia)을 통하여 산과 공원 같은 자연 속에서 참된 인간성이 만들어진다고 하였다.

(다음 회에 계속)

글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주석>

1) 최제우 선생의 가족을 돌보며 떠돌아다녀 여기서 최보따리로 불렸다.

2) 1929년 미국 출신 하버드대 교수, 학생들과 끊임없이 공부했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작문 수업을 받기도 했다. 저서로 인간 본성에 대하여, 개미, 사회생물학, 자연주의자, 생명의 다양성 등이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쉽고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최고의 생물학자로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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