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자연파괴로 악성 바이러스 창궐...과학발전과 인체대응 능력에 기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각국은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치열한 연구에 돌입했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연구진이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되며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인간이 제어할 수 있을까?

RNA 바이러스의 핵심 기제가 생명체와 현저히 달라도 그 복제 방식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면 과학이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 1995년 개봉작 '아웃브레이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재난영화다. 

미 군부는 아프리카에서 치사율과 전파율이 매우 높은 자이르형 에볼라 바이러스를 발견하자 이를 이용한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려 했다.

우연하게도 숙주 원숭이 한 마리가 미국에 상륙해 한 시골 마을이 바이러스에 단숨에 장악됐는데, 이미 백신을 개발해 둔 군부는 느긋하게 경과를 지켜보기만 했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어 통제가 필요해진 군부가 백신을 주입하지만 감염된 주민들에게 듣지 않았다.

숙주 원숭이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하고 있었고, 주민들은 백신이 듣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것이다.

일찍이 리처드 도킨스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우연에 의할 뿐만 아니라 단지 실수만으로도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 새로운 변종이 그전 것보다 우월하다면, 가령 ‘점착성‘이 낮다면 그것은 더 빠르거나 더 효과적으로 복제되어 그것을 낳아 준 조상형 RNA의 숫자를 압도하여 증식할 것이다.(눈먼 시계공, 223쪽)
[사진=영화 '아웃브레이크' 스틸컷]
[사진=영화 '아웃브레이크' 스틸컷]

이처럼 특수한 복제 능력은 DNA가 갖추지 못한 RNA의 장점에 기인한다. 그 구조만 놓고 보면 둘 다 동일한 핵산일 뿐이다. 차이는 인체 감염 바이러스의 RNA가 이중나선을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DNA는 자신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면 이중나선의 도움을 받아 이를 교정해 낸다. 즉 한 쪽에서 틀린 복제가 일어나면 다른 쪽에서 즉각 이를 시정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각한 변이가 일어나기 어려운데, 생명체의 진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도 주로 이런 사실에 기인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처럼 "생물학적 진화는 우리 종에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문화적 진화에 비하면 너무 느려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에 미치는 충격은 지극히 작았다"(인간에 대한 오해, 사회평론, 514쪽). 예를 들어 "호모 사피엔스가 약 5만년 전의 화석 기록 속에 나타난 이래, 뇌의 크기와 구조가 생물학적으로 변화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한 가닥의 줄만으로 이루어진 RNA는 자신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도 이를 검증할 상대 주형 즉 RNA 가닥이 없다.

이런 이유로 RNA 복제의 돌연변이 가능성은 DNA의 그것보다 수천 배나 높아진다. 바이러스와 같이 매우 작고 불안정한 물질에게서만 RNA 기반 복제가 일어나는 이유가 이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와 같은 우발적이고 부단한 돌연변이야말로 인간 능력이 그 실체를 따라잡을 수 없게 만드는 바이러스의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사진=예스24]
[사진=예스24]

◇ 환경 파괴와 인구 증가로 인류가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진다는데?

사실이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을 갈수록 높이는 중이다.

인체 세포는 접촉 경험이 없는 적에 대해서는 그에 대응할 항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인류가 겪지 못한 바이러스가 높은 치사율과 빠른 전파력을 무기로 접근하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례로 맷 데이먼이 열연한 2011년 작 영화 '컨테이전'은 서식지 파괴로 박쥐가 인간에게 옮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인류 전체가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인류에 의한 자연 파괴의 심각성은 다양한 수치로 뒷받침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인류는 자신의 존속을 생물다양성에 의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이룩한 문명의 과도한 발달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령 토지 황폐화로 인해 육상생태계 75%에 심각한 영향이 초래된 결과 197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생물종 개체 수의 60%가 감소하였고, 중앙‧남아메리카에서는 1970년 대비 전체 생물종 개체의 89%가 감소했다고 설명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서기 1500년과 대비해 오늘날 식물,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포함한 생물종의 75%가 멸종했으며, 현재 위기에 처했거나 준 위협 단계에 이른 생물종은 8,500종 이상이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2018년 3월 현재 인류의 영향을 받지 않은 토지가 전 세계 토지 면적의 1/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근대화 이전 대비 전체 습지 면적의 87%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 전망한다.

중증 인체 감염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통 숙주로 알려진 박쥐의 경우를 보자. 

마이클 가라트(Michael Garratt) 등 영국 리딩대학교 연구진은 박쥐를 포함한 수분(水粉)매개동물이 보통 온대지역에 78%, 열대 지역에 94% 분포하는데, 농경 확대와 도시 확장이 이들의 멸종을 재촉하는 중이라고 경고한다. 

그로써 창궐하게 된 병원균이 인류를 위협하므로 국제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지구생명보고서 2018, 요약본, WWF‧런던동물학회 편저,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발간, 10쪽).

세계 지구생명지수. [자료=옥스퍼드대 '우리 세계 통계' 사이트, 세계인구통계연감에서 재구성]
세계 지구생명지수  [출처 : 지구생명보고서 1918]
  •  도표 설명 : 1970년과 2014년 기간 지구상에서 관측된 생물종 4005종의 개체군 1만6704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60%의 개체군 감소가 관측되었다. 백색 선은 지수 값, 음영 영역은 신뢰구간(범위:-50~-67%). 

◇ 그럼에도 인체 대응력과 현대 의료과학을 신뢰할 수 있나?

이상이 전부라면 참으로 해결책이 묘연할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경우 어린이 환자가 예상보다 적고, 기저질환이 없는 청장년들이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증상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80%는 60세 이상이며, 75% 이상은 뇌혈관질환·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었고, 확진자의 2/3 가량은 남성이라는 집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인간 세포가 지닌 항체의 방어 시스템에서 일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 항체는 체내에 침투한 이질적 존재를 식별, '입체특이적으로 결합해' 파괴하는 단백질이다.

인체가 이런 항체를 손쉽게 만들어내려면 보통은 적어도 한 번은 항원인 적을 겪어봐야 한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우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인체 역시 미지의 항원에 반응하는 무수한 공격자를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신진대사가 왕성하고 면역력이 높아 바이러스 식별력이 뛰어난 인체일수록 생존을 위해 더 빠른 속도로 이런 일을 해낼 것이므로 어린 아이들이 노인에 비해 처음 대하는 항원에 대해 더 빨리 항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전까지 과학계에서는 항체가 주로 항원의 정보를 이용해 만들어지며 항원의 정보가 분석되지 않는 한 적절한 항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자료=옥스퍼드대 '우리 세계 통계' 사이트, 세계인구통계연감에서 재구성]
세계 인구 추이 [자료=옥스퍼드대 '우리 세계 통계' 사이트, 세계인구통계연감에서 재구성]

하지만 연구를 거듭한 결과 유기체 내의 모든 세포들은 항원으로부터 얻어내는 단편적인 유전 정보만으로 일종의 룰렛 게임하듯 항체를 만들어내며 인체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동함을 밝혀냈다. 이런저런 총을 쏘다보면 한 방은 제대로 맞추는 수가 있다는 말과 같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코로나바이러스는 평범한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그러던 것이 진화 즉 돌연변이를 거듭하여 2003년 사스에 이어 2012년 메르스로 변이했고 2019년 코로나19로 변이했다.

우리는 아직 코로나19의 정체를 모르지만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T세포 백혈병 림프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HTLV'가 있었는데, 발병 초기에는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 바이러스가 모유를 통해 모친에게서 아이로 전파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에 대응한 결과 지금은 거의 박멸 수준에 이르렀다.(살인 바이러스의 비밀, 하타나카 마사카즈, 꾸벅, 125쪽)

당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대중적 불안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 신체의 잠재력과 과학 발전의 속도가 결코 만만치 않은 대응력을 갖추고 있음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 

대륙을 휩쓸던 중국의 감염세가 확연히 줄어드는 양상이나, 일부 제한을 둘 뿐 한국민의 입국을 허용하는 미국의 자신감이 이를 반증한다.

국가가 의료계와 함께 방역에 최선을 다 하고 국민들이 방역 수칙에 만전을 기하며, 그런 가운데 각계가 혼연일체 되어 누수를 없앨 때 코로나19의 공세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감염병 전문가인 최강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원은 저서에서 "전염병 확산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그 이유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와 보건당국의 개입, 신종전염병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 전염병이 출현했을 때 일반 대중이 심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이성적으로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전염병에 대한 기본 지식을 올바르게 공유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전염병 출현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하드웨어적 인프라 구축만큼이나 중요하다.(바이러스 쇼크, 최강석, 매경신문사,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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