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0% 금리대 진입...급격한 인하시 자본유출 우려 0.25%p 인하 그칠 수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 등이 지난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금융 상황 특별점검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이주열 한은 총재, 도규상 경제정책비서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 등이 지난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금융 상황 특별점검회의' 전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자부 장관, 이주열 한은 총재, 도규상 경제정책비서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은행이 오늘 내일(16~17일) 중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시장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해서다.

금리조정 폭도 0.25%포인트(p)보다는 0.50%p 이상 '빅 컷'일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린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한다.

다만 우리 사정이 선진국들과는 다르기에 한은이 일단 0.25%p를 인하하고 추이를 지켜보는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 한은 금통위 빠르면 오늘 개최

시장에서는 당초 한은은 17~18일께 임시 금통위를 것으로 내다 봤었다.

그러나 사정이 시시각각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미 연준이 17~18일(현지시간) 예정됐던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정을 이틀 앞두고 '빅 컷'을 단행한 이상 한은으로선 머뭇거릴 명분이 약해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일요일인 주말에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1979년 10월 6일 토요일 금리 인상 이후 처음"이라며 "이는 현재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같은 이유로 앞서 지난 3일에도 정례회의가 아닌 긴급 FOMC를 열고 통상적인 금리 조정 폭인 0.25%p의 2배인 0.50%p 인하을 단행했다.

한 달도 안돼 1.5%p의 금리를 인하한 셈이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공포 심리가 극에 달하고 있는 만큼 이를 잠재우기 위해선 재정·통화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쌍끌이 부양책'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당초 예상일인 17~18일에서 16일로 회의 일정을 앞당겨 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 4일 간부회의 주재 뒤 연준의 3일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하며 "향후 통화정책을 운영하면서 이같은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었다.

한국은행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한다.

◇ 0.5%p 이상 인하 '빅 컷' 가능성에 무게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개최한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p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p 인하) 두 차례 뿐이다.

인하 폭도 0.25%p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연준의 이번 인하 폭이 1.00%p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도 이번 임시 회의에서 한 번에 0.50%p 이상 내릴 가능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0.50%p 인하기 이뤄질 경우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0.75%로 내려가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0%대 금리 영역를 경험하게 된다.

다만 선진국과 달리 급격한 인하 시 자본유출 우려가 있는 데다 추가 정책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 우선 0.25%p를 인하한 이후 추이를 지켜볼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시 금통위가 추경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일인 17일 이후로 예상되지만,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로 임시회의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지난 13일 임시 금통위 논의를 공식화했고, 같은 날 이주열 한은 총재가 처음으로 청와대의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 회의에 참석해 이번 주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오늘 임시회를 열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며 "회의 일정은 시장에 주는 메시지 혼선을 막기 위해 사후 공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온라인 생중계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한 기자가 온라인 생중계로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온라인 생중계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한 기자가 온라인 생중계로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리 인하, 원인 치유 아닌 증상완화"

유진투자증권은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1%p 인하한 데 대해 "원인 치유가 아닌 증상 완화 조치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됐지만 이들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는 가파르게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주요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 등 금융완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 대응이 경제주체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경제 침체 압력을 완화할지가 관건"이라며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와중에 형성된 금융기관 간의 거래 상대방 위험을 완화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금융시장 불안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라며 "유동성 확대는 증상을 완화하지만, 원인을 불식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금리 인하에도 경기침체가 심화할 경우 추후의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되고 통화정책 정상화 때의 충격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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