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보호법 ‘학교 200m 이내 감염병관리시설 설치 불가’ 규정...주민 반발도 심해
정부 “연말까지 병상 154개 확보하겠다”…당장 치료 필요한 환자 갈 곳 없어 우왕좌왕 '

9일 0시 기준 52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수도권의 경우 남은 중환자 병상이 12개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가운데 대전·충남·전북·전남·경남 5곳은 확보한 병상이 모두 사용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9일 0시 기준 52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수도권의 경우 남은 중환자 병상이 12개에 불과하다. 비수도권 가운데 대전·충남·전북·전남·경남 5곳은 확보한 병상이 모두 사용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방역당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병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현행 법상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실 확보에 제약이 많아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기준 전국의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19 환자 전용 병상 550개 중 당장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이 43개(7.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보다 15명 늘어 149명이 되면서 방역당국은 병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병상을 하루 빨리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기존 공간을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전환하기에는 현행법 상 여러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1차 대유행이 번지던 시기에 D제약사는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자사 연수원을 코로나19 병실로 전환하겠다고 방역당국에 제안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연수원이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환경보호법)에 저촉돼 전환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교육환경보호법 제9조는 학생의 위생을 해치고 교육환경을 방해하는 격리소, 진료소 등 감염병 관리시설을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 짓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D제약사의 상주시 소재 연수원은 인근 A초등학교로부터 약 120m 떨어져 있다. 이는 도보 약 2분 거리다.

또한 감염병 특성상 환자 1인 1실을 제공해야 하지만, 연수원이 확보할 수 있는 방 개수가 부족한 점도 반려 이유 중 하나였다.

식약처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에게도 각각 개인실을 제공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연수원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환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연수원을 병실로 사용하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기업의 의지와 관계없이 현행법에 막힌 것”이라고 전했다.

조건에 부합한 공간을 병실로 활용하려 해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코로나19 전용 병실과 격리실, 진료소 등이 생긴다고 알려질 때마다 감염 확산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여겨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일례로 지난 9월 순천향대서울병원은 병원 뒤에 위치한 구 미군부지 주차장 1200평을 활용해 선별진료소를 만들었지만, 인근 B교회는 병원 측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부산 C호텔은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지정되어 해외입국자와 내국인 접촉자 등을 수용했다. 하지만 당시 지역주민들은 부산 중구청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자 병상 부족을 막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 의료원에 컨테이너 이동병상이 설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자 병상 부족을 막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 의료원에 컨테이너 이동병상이 설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중환자 병상 154개를 추가로 확충하고 암 환자 등 고위험군을 위한 준중환자 병상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하루 빨리 병상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여 여느 때보다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최근 1주일간 서울 내 하루 확진자 수가 폭증하자 조만간 컨테이너를 활용한 병상을 만들어 서울의료원에 48개, 시립병원에 102개를 각각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으로 실질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다소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는 전날 기준 입원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서울 확진자는 125명이었다고 전했다.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가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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