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주가 괴리, 펀더멘탈 이탈" 경고음..."유동성 등 감안하면 상승세 계속" 전망도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3000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3000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3000선을 돌파하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경제와 금융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문제를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과열은 맞다면서도 조정을 받을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 한다.

또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 내놓은 올해 증시전망 상단을 잇따라 상향하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6일 오전 9시 2분 전날보다 10.72포인트(0.36%) 오른 3001.29를 기록하며 꿈의 지수인 30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가 장중 30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7년 7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한 이후 약 13년 5개월여 만이다.

코스피 지수 상승의 주역은 단연 개인투자자다. 위험 관리에 들어간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물량을 쏟아내며 이익 실현에 나섰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를 모두 받아내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 '동학개미의 힘'...증시로 몰리는 유동성

코스피 3000 돌파의 원천은 유례없이 팽창한 유동성이다.

시중 통화량 M2의 지난 10월 평균잔액은 3150조5000억원으로 1년 전의 2874조3000억원보다 약 278조원 증가했다. M2는 현금을 비롯해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특히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투자자예탁금은 작년 말 현재 65조 원에 달했고,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빌린 단기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원에 육박했다.

이에 작년 개인투자자들의 엄청난 매수 파워를 경험한 증권사들은 슬금슬금 코스피 전망 지수를 상향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나온 증권사들의 올해 주가 전망치는 대부분 하단은 2200 안팎, 상단은 2800 안팎이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올해 코스피 목표치로 2100~2850을 제시했다가 지난 4일 2700~3300으로 대폭 올렸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미 지난달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당초 2100~2700에서 3150~3200으로 올려 잡았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각각 코스피 상단을 3200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기업실적 회복과 외국인과 개인의 수급 선순환 구도가 정착됐다"며 "개인의 강한 매수세는 초저금리 고착화와 2020년 성공의 경험칙 등으로 찰나의 반격이 아닌 불가역적으로 상황이 변화한 것"이라고 증시 목표치를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증시 안팎에서는 백신 공급으로 코로나19가 통제될 경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데다 세금, 대출 억제 등 규제 리스크로 부동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 쪽으로 더 쏠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상승장을 주도하는 반도체를 비롯한 IT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경제 관련주들은 현재 실적도 좋지만, 잠재 가치인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증시가 돌발 변수로 일시적 조정 가능성은 있으나 상승 추세 자체는 살아있다는 시각이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단기 과열' 우려 목소리...그러나 '처음 와보는 길'

시장 흐름을 신중하게 보는 분석가들은 어떤 지표를 참고해도 증시가 펀더멘털을 이탈했다는 경고한다.

주가의 일반적 평가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은 물론, 한국 증시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수출대비 주가, 증시 시가 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 등 대부분 지표가 증시 과열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시장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수치인 PER는 14.5배로 미국보다는 낮지만, 국내 증시의 장기 평균선인 10배에 비해선 역사적 수준이라면서 결코 저평가는 아니며 고평가 징후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가 극단적 저금리 발 풍선효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인데다 실물과의 괴리가 커 주가의 상승세 지속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 교수는 국내 증시의 거품을 좀 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증시의 가장 큰 악재는 실물과 주가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라면서 외부 충격으로 지수가 조정을 받을 경우 20%까지는 충분히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 리서치센터장들은 '단기 과열'이라는 의견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정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처음 와보는 길'이기 때문에 서로 평가가 다를 수는 있지만 적어도 한국 증시도 평가가치(밸류에이션)상 리레이팅(재평가)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그 핵심 이유는 우선 가장 중요한 기준인 금리가 완전히 낮아졌고 한국의 산업구조 특히 코스피 상위권 기업에 반도체·배터리·바이오·비대면 등 의미 있는 성장주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과열 여부를 판단하려면 기본적으로 주가 밴드를 놓고 따져봐야 한다"며 "미국·중국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원화 절상 기조, 수출 개선세, 기업이익 증가세를 고려하면 코스피가 3200선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하면 현재 지수 수준이 과열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감은 있어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당연히 과열이다"라며 "그렇다고 시장이 조정을 간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여전히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는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자산 가격 랠리에 다들 동참하는 국면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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