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환수 처벌 소급입법·사유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는 없나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검증까지 한다면 행정력 따라가겠나
형제자매 배우자 친인척 등으로 차명거래 찾아낼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에게 사실상 1주택외 집과 토지 등 모든 부동산 보유와 거래를 차단하는 강력한 '3·29 투기대책'이 발표됐다.

정부의 공직자 투기 방지책은 예방에서 적발, 처벌, 환수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전례 없는 2중 3중의 거미줄 감시망과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

특히 공직자의 투기 환수와 처벌에 대해 소급입법까지 추진되면서 단순한 경제사범이 아닌 '반민족행위처벌법' 수준의 단죄도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직을 이용한 투기를 차단하는 직접 효과와 함께 심리적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형제자매나 배우자의 친인척, 친구 등 법망에 걸리지 않는 차명거래의 경우 찾아낼 방법이 없다며 호재 지역의 모든 부동산 거래에 대해 자금출처 검증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공직자는 집 1채外 부동산 취득 엄두도 내지 말라"

정부는 먼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예방 차원에서 모든 말단직까지 재산 등록을 의무화 하기로 했다.

현행 4급 이상 공무원으로 돼 있는 재산등록 대상자를 모든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 변동 과정을 상시로 점검해 투기를 할 생각조차 못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직무관련 지역의 신규 부동산 취득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공직자 투기 적발을 위해선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조속히 설치해 부동산 거래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국가수사본부에 투기 전담 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100일간의 부동산투기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신고 포상금으로 최대 10억원을 내걸었다.

또 LH 등 현재 진행형인 투기사범 적발을 위해 경찰에 설치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인력을 현재의 2배 수준인 15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국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한다.

국세청에는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을, 금융위원회에는 '투기대응 특별 금융대책반'을 구성해 탈세와 불법 자금의 부동산 유입을 입체적으로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가 뿐연 미세먼지에 갇혀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가 뿐연 미세먼지에 갇혀있다. [사진=연합뉴스]

◇ 투기이익 몰수 소급적용...부당이득 5배 환수

정부는 적발된 부동산 투기에 대해선 얻은 부당이득의 최대 5배를 환수하고 투기목적 농지는 강제 처분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직자 투기 이익의 소급 몰수와 관련, 정부는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 등 기존 법과 규정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소급 입법 시 예상되는 위헌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법으로 어려울 경우 소급 입법을 해서라도 범죄 이익을 몰수하겠다는 의지다.

이밖에 1000㎡ 이상, 금액 기준으로는 5억원 이상의 모든 토지 거래에 대해 매입자로부터 자금조달계획서를 받기로 했다.

국회의 협조를 얻어 공직자의 사익 추구를 원천적으로 막는 이해충돌방지법도 제정하기로 했다.

LH의 경우 신규 부동산 취득제한, 투기시 해임·파면, 대토보상·협의양도 택지 대상 제외 등 겹겹의 통제장치를 구축할 계획이다. 조직은 신규택지의 조사 업무를 떼어내는 등 대폭 축소,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역할과 기능, 인력, 사업구조 등 전반에 걸쳐 환골탈태시키기로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왕숙지구에서 도로에 걸린 LH 지장물건 조사 안내 현수막이 훼손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남양주시 왕숙지구에서 도로에 걸린 LH 지장물건 조사 안내 현수막이 훼손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대미문의 투기 대책?...'구멍'은 없나

전문가들은 이런 전대미문의 강력한 투기 억제책들에 대해 공직을 이용한 투기를 차단하는 직접 효과와 함께 심리적 억제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한다.

다만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에 대해 그 많은 숫자의 대상자들과 그 가족들의 재산 변동을 점검할 행정력이 뒤따르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약 24만명 수준인 재산등록 대상을 하위직까지 150만 공직자로 확대할 경우 행정력이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모두 등록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대상은 공직자 1인당 4인 기준으로 600만명, 5인 기준으로는 750만명에 달한다.

부당 투기이익의 환수를 위한 소급 입법의 경우 법조계는 물론 국회 내에서도 위헌 논란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한국부동산학회 회장)는 "부당이익의 소급 환수는 위헌논란이 있고,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은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본인이나 직계존비속 등 재산등록 대상이 아닌 형제자매나 배우지의 친인척, 지인 등을 이용한 차명 거래에 대해선 찾아낼 방법이 있겠냐는 물음도 던진다. 

안진걸 소장은 "현재의 법과 제도로 차명 투기를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공직자의 부동산거래 허가제나 신도시 등 개발 호재 지역의 부동산거래 신고 때 자금출처를 꼼꼼하게 검증하는 등의 별도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9일 브리핑에서 "공직자의 재산등록과 함께 금융정보 조회시스템이 구축되면 차명 거래까지 완벽하게 포착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도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될지 지켜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의 투기 자체를 봉쇄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했지만, 지난 2013년 처음 발의된 이 법안은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제 목에 방울을 달지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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