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최초...아시아 여성 배우 역대 두 번째 수상
윤여정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미배우조합상,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상 이어 오스카 수상

25일(현지시간)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배우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최초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루지 못한 유일한 성과다.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과 오스카상을 놓고 경쟁을 펼친 끝에 이룬 결과다.

이에 윤여정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수상자 호명에는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며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나요”라며 특유의 유머로 운을 뗐다.

이어 윤여정은 "유럽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 이라고 부르는데,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 관계자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윤여정은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함께 후보에 오른 다섯 명의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윤여정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특별한 예의를 표했다.

또한 "항상 일하러 나가라고 잔소리하는 두 아들"에게도 감사를 전한 윤여정은 마지막으로 고 김기영 감독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첫 감독님이다"라고 소개한 뒤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사진=판씨네마 제공/연합뉴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사진=판씨네마 제공/연합뉴스]

이날 미 연예 전문매체인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리포터 등 외신들은 윤여정의 수상에 대해 "2021년 오스카상에서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윤여정에 대해 "미나리의 스타가 일요일 밤 연례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이 쇼의 93년의 역사에서 오스카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상 최초 후보인 윤씨는 코로나 시대 시상식 시즌을 석권하며 미국배우조합상(SAG)과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며 역사를 만들었다"며 그녀의 '막하지 않는 모멘템(unstoppable momentum)'이 오스카 수상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윤여정이 엉뚱하고 비정통적인 할머니의 연기를 통해 미국의 관객들에게 소개됐다"며 "해외에서 그녀는 '한국의 메릴 스트립'으로 불린다"고 호평했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로 이주한 딸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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