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등 전세계 투자자, 집단 소송 논의
개인·레버리지 투자자, 앱 먹통 당시 큰 손실 입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바이낸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한 곳인 바이낸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때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투자자들은 바이낸스를 상대로 집단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각) 전 세계 투자자 700여명이 바이낸스에 손실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프랑스의 한 변호사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만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다른 투자자 그룹이 바이낸스를 상대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유럽에 있는 바이낸스 사무실 11곳에 서한을 보냈고, 헬프데스크에도 이메일을 발송했다.

WSJ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5월 19일이다.

5월 초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은 6만5000달러(약 7450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전기차 구매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데에 미국 당국이 바이낸스 거래소의 탈세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4만달러(약 4580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던 날, 투자자들은 바이낸스 앱이 한 시간가량 먹통이 돼 큰 손실을 봤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는 인도 출신의 아난드 싱할(24)은 13살 때부터 미국 유학을 위해 저축한 5만달러(약 5730만원)와 함께 가상자산 투자로 번 2만4000달러(약 2750만원)까지 한 시간 만에 몽땅 날렸다며 "(바이낸스와) 다시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바이낸스에서는 최대 125대 1의 레버리지 선물 투자를 허용하고 있어서 투자자들의 손해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

레버리지 투자는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개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투자 방식으로,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시세가 오르면 어마어마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시세가 떨어지면 원금 이상의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예컨대, 바이낸스에서는 0.8달러로 100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지만, 해당 가상자산 시세가 급락하면 담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강제 청산을 당하게 된다.

실제로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bybt`에 따르면서 레버리지를 거래하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당시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강제 청산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낸스 거래소가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 먹통 당시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바이낸스의 사후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앱 먹통 사태 직후 바이낸스의 임원 에런 공이 트위터에 `직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연락할 것`이라며 사과 메시지를 올렸으나,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현재 해당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싱할은 동료 투자자로부터 전달받은 보상요구 양식을 작성해 바이낸스에 보냈으나, 바이낸스는 투자금 손실에 대한 면책 동의를 조건으로 `VIP 플랫폼` 3개월 무료 사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은 명확한 소송 대상이 없어 난처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전통적인 투자 플랫폼과 달리 규제가 거의 없고, 특정 지역에 본사를 두지 않아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이 어렵다.

바이낸스 이용약관에 따르면 보상을 받고자 하는 이용자들은 홍콩 국제중재센터에 분쟁 해결을 요청해야 하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하다.

이에 투자자들은 그룹채팅 앱 `디스코드`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중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아이자 레즈니스는 "바이낸스는 평범한 소비자들의 법적 대응을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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