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영양 원리리 향나무는 재령이씨 집성촌인 두들마을 역사를 전해주는 소중한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영양 원리리 향나무는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

이시명의 후손인 이수영(李秀榮:1809~1892)이 150년 전쯤에 살던 집인 석간고택(石澗古宅)의 앞마당 담장 곁에 서서 고택의 운치를 돋우는 나무다.

석간고택 앞마당은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의논하는 자리였다고 하니, 영양 원리리 향나무는 마을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자세히 보고 들으며 살아온, 이 마을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석간고택은 이수영의 5대손인 소설가 이문열이 유년 시절을 보낸 집이기도 하다.

이문열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곧바로 이 집으로 와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몇몇 소설의 배경으로 이 마을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200년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영양 원리리 향나무는 이수영이 이곳에 집을 지을 때 이미 어느 정도 큰 나무로 자라 있었다.

건축주 이수영은 집터를 찾던 중에 근사하게 자란 향나무가 있는 이곳에 집을 지은 것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원리리는 1640년 석계(石溪) 이시명(李時明:1580~1674)이 병자호란을 피하고자 가솔과 함께 이곳으로 들어와 살면서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시명은 30여 년 뒤인 1674년에 안동으로 옮겨 가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 뒤에 이시명의 넷째 아들인 이숭일(李崇逸:1631~1698)이 자신이 태어난 이 마을로 돌아와 살면서 재령이씨 집성촌이 됐다.

이시명의 살던 석계고택은 후손들 잘 보존해왔으며,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1호로 지정되었다.

이시명의 부인 장계향(張桂香:1598~1680)도 마을의 자랑인 인물이다.

장계향은 여성으로서는 군자라 일컬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인물이었다는 뜻에서 ‘여중군자’로 불렸다고 한다.

장계향은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을 남겼는데, 이 책에 그는 당시 양반가에서 활용하던 음식 조리법, 저장식품과 발효식품 제작법, 식품보관법 등 146가지 음식 조리법과 51종의 전통주 빚는 법을 실었다.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책이다.

영양 원리리의 자연마을 중 하나인 두들마을은 언덕을 끼고 마을이 형성되어서 ‘두들’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두들마을은 퇴계 이황의 학맥을 이은 영남학파의 대유학자 이현일(李玄逸:1627~1704)과 그의 셋째아들 이재(李栽:1657~1730) 등을 배출한 명문가 마을이며, 근대에는 의병대장 이현규(李鉉圭:1874~1917), 파리장서사건에 유림 대표로 서명한 독립운동가 이돈호(李墩浩:1868~1942) 등 애국지사도 여럿 배출하여 2000년에 전통문화마을로 지정된 유서 깊은 마을이다.

두들마을에는 30여 채의 전통가옥이 남아있고, 곳곳에는 장계향을 비롯해 이문열에 이르기까지 이 마을 출신 명사들의 업적을 고루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 설립되어 역사문화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영양 원리리 향나무는 마을의 오랜 전통에 비하면 어린나무지만, 지역 역사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향기를 은은하게 전해주는 소중한 나무다.

<영양 원리리 향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16-6-2-25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1. 10.
·나무 종류 향나무
·나이 200년
·나무 높이 15m
·둘레 1m
·소재지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320
·위도 36.558294, 경도 129.128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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