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 모습 '리셋', 한미동맹 강화, 1박2일 군병영경험 등 현장 업무파악 등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이번에 국민이 택한 대통령은 과거의 어떤 대통령보다 국방과 안보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 통상적이라면 정권인수 과정을 통해 앞 정권의 정책관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통례이겠으나 워낙 수정하거나 심지어 폐지해야 할 정책과 법안, 관행이 즐비하다 보니 새로운 대통령의 앞길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망가진 것을 고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를 망가졌다고 하여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당선자는 선거를 준비하며 수많은 책사(策士)들로부터 숱한 주문을 받고 공부를 했을 것이다. 당연히 안보와 국방에 관해서는 워낙 현 정권의 정책이 신기한(?) 것이 많아서 듣는 말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가 된 지금부터 듣게 되는 이야기는 논쟁을 위한 정치적 논의가 아니라 국가를 끌어가기 위해 꼭 들어야 할 필수적인 이야기이다. 결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다.

◆첫째, 군 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의 모습을 ‘리셋’해야 한다.

군 통수권자라는 말은 국군 총사령관이란 말이다. 군 경험이 없는 당선자로서는 그 어떤 다른 분야의 업무보다도 부담스럽고 어려운 임무가 될 것이다. 과거에 군 경험이 없는 대통령들도 군 통수권자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해 왔는데 그 정도 하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산(誤算)이다. 대통령의 임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부국강병(富國强兵)’에 힘쓰는 것이다. 안보와 국방은 바로 이 ‘강병(强兵, 강한 나라 만들기라는 뜻)’에 해당되는 것이며 대통령 업무의 절반이 바로 이 안보와 국방에 힘쓰는 것이 되는 것이다. 종전 대통령들이 하던 것처럼 명절 때 가끔 전방에 전화나 한번씩 하고 해외출장 나가서 인근 해외파병부대를 방문해서 사진이나 찍고 큰 사건, 사고 나면 전군 지휘관 회의 소집해서 내가 통수권자라고 인지시키는 식의 대통령을 하려면 그것은 자신의 임무분석이 잘못된 것이다. 철저하게 휴전중인 분단국가의 국군 최고사령관이란 직분을 기억하며 국군의 발전과 통솔을 장관을 통한 지휘라인에만 맡기지 말고 직접 챙기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둘째, 안보와 국방 업무를 수행하는 보좌진을 최고의 인재로 꾸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군 관련 인사는 철저하게 ‘자기 사람’을 챙겼고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 연속되었다. 계급을 뛰어 넘었고 전혀 ‘아니다’라는 평을 받던 자를 요직에 기용하였다. 경험과 경력, 실력은 무시되었고 출신과 지역, 이념과 정치적 뒷배가 중시되는 인사였다. 그러다 보니 무능한 자를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앉혀 중차대한 업무를 그르쳤으며, 결국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감은 증폭되었고 군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새 정부에서는 군 통수권을 보좌할 국방부, 합참, 안보실의 구성에 ‘학연, 인연, 지연이라는 연고와 패거리’를 배제하고 그 임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가 누구인가를 골라 보직하기를 바란다. 다른 분야도 그러해야 하지만 국가의 운명을 다루는 분야만큼은 경험, 지적 능력, 이성, 체력, 뚝심, 특히 부하의 존경심을 받는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선발하기 바란다.

◆셋째, 군 통수권자로서 업무 파악은 현장에서 해야 한다.

국방관련 업무는 책상머리에서 문서로 보고를 받는 것을 배격하고 현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정주영회장이 “자신이 못해 본 것 중에 하나가 육군 소위를 다는 것이었다.”라고 했다는 것은 군은 경험 없이는 그 자리에 갈 수 없음을 강조한 말이다. 그렇기에 특히 군 경력이 없는 대통령은 자주 현장을 가 봐야하고 간접 경험이라도 축적해야 한다. 나아가 의지가 있다면 군 훈련소에서 1박2일을 장병들과 함께 보낼 것을 추천한다. 기간이 그것보다 길면 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장병들과 함께 먹고 자고 훈련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기간 중 반드시 사격훈련을 하고 장병들과 대화를 나누어야한다. 그리고 국군 정신교육 교재를 읽어보고 현재의 정신교육의 방향이 맞는 것인가를 평가해 보라. 정신전력은 훈련수준과 함께 무형전력을 이루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 안보의 기초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중시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상징은 한미연합사이다. 군 부대 방문 초기에 반드시 한미연합사를 방문하고 전쟁계획 보고를 청취해야 한다. 당연히 많은 의문이 들고 질의할 것이 많을 것이다. 사전에 궁금한 내용을 정리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한미연합사령관의 의지와 준비태세를 확인해 보고 군 통수권자로서의 국가수호 의지를 표명하고 지침을 하달하는 것은 전시 한미연합전력을 통수할 최고 지휘관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한미동맹과 관련한 글은 본 칼럼의 전편인 ‘새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한미동맹의 오늘과 내일'’을 참고하기 바람)

◆다섯째, 연 1회 실시하는 정부 전쟁연습을 철저히 시행하여야 한다.

종전 정부는 군의 하절기 전쟁연습 기간에 맞춰 동일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정부의 전시 대비훈련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군사연습을 중지시키기도 하였지만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전시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정부 전시훈련에는 적이 공격할 경우, 전방지역 국민들을 어떻게 피난시키고 수용하며 국민생활을 안정시키고, 국가 기반시설을 보호하여 국가 기능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군 작전에 필요로 하는 장비 물자를 조달, 공급할 것인가를 검토하기 위하여 평소에 하지 못하던 비상시의 계획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실제 훈련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국회의 전시법안 심사 및 처리 연습, 청와대의 전시 소산과 이동 훈련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오랜 기간 현 정부와 국회는 이런 연습과 훈련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절기 휴가시즌이라서”, “법안 심사가 촉박하여”,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서”, 등등 중지하고 축소하는 이유도 많았다. 새로운 대통령은 반드시 전 정부부서를 데리고 전시 자신의 임무를 검토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여섯째, 국가 동원체제를 위한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국가 비상 상황이라 함은 전시가 아니라도 평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무장공비의 침투, 북한의 국지 도발과 분쟁, 대형 재해 재난 등을 말한다. 이런 상황은 국가 기관만의 능력으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군 투입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포항, 경주 지진, 세월호, COVID-19, 동해안 대형 산불 등의 재해를 포함하여 연평도 포격, 전단 살포지역에 대한 포사격 피습 등의 상황을 겪으면서 국가 동원체제의 보완이 필요함을 충분히 보아왔다. 과거 이명박 정부 이전에 총리실 직속으로 존재하던 비상기획위원회는 이러한 전시나 유사시 국가급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 각 부서 소관의 인적, 물적 자원의 재고와 능력을 파악하고 관리하며, 필요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이를 통제하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며 이 부서를 없애버리고 행정안전부 예하에 1개 실 조직으로 축소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정부 기구축소의 대표적 실수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현역은 전쟁을 억제하는 전력이고 전쟁이 발발하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국가 동원체제이고 예비전력인 것이다.

◆일곱째, 대통령 직속의 안보 싱크탱크(think tank)를 운용해야 한다.

국방이나 안보문제는 대통령이나 외무부 장관이나 국방부 장관 1인이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물론 국가안보회의(NSC)나 국방부, 합참이라는 대규모 보좌 조직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현행업무에 매몰된 조직이어서 세찰(細察, 세부적으로 보는 것)에는 능하나 대관(大觀, 크게 아우르며 보는 것)은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특수성을 알았기에 이전 정부에서는 특보(特補, 특별 보좌관)제도를 두었지만 1인으로 운용된 그 자리는 유용하지 않았으며 이념적으로 기울어져 그 견해가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업무 절반인 ‘강한 나라 만들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상근 전문가와 다수의 비상근 전문가로 구성된 안보분야 자문을 위한 싱크탱크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군 출신 대통령이 통수하던 시절에는 그 조직의 필요성이 낮았겠지만 그 이후 등장한 정부에서도 이를 운용하지 않았던 것은 무지(無知)의 소치이다. 휴전 중인 국가의 분단된 상황을 앞에 두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항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라면서도 세월이 지나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자기들만의 정치를 해 온 것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의 행태였다. 국민의 뜻이라고 포장은 되었으나 그 내용은 결국 패거리 정치였고 자기들만의 잇속 챙기기로 정권을 활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난 5년이 하루도 소란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고 국민 생활은 불안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새롭고 파격적이었으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허망함이 휩쓸고 있다.

권태오 예비역육군중장

미국과 일본은 우리를 더 이상 중요시 하지 않았고 중국은 경제 파트너로 인정하던 우리를 자신들의 속국으로 취급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도 없이 뻔질나게 미국과 북한을 오갔지만 결국은 북한의 위협은 가중되고 남·북간에는 화려한 수사와 그럴듯한 꿈으로 가득 찬 종이 조각만이 남았을 뿐이다.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흔들리고 있고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적 언사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새 대통령은 이러한 국가를 맡아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아마 지금까지 기울인 것보다 더욱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과 회한이 서릴 가시밭길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는 동무를 엄선(嚴選)하여 새 정부를 꾸리고 외롭고 의로운 항해를 준비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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