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고령군 대가야읍 연조리의 대가야궁 성지와 고령향교 아래 그 옛날 구신정(九臣亭)과 연조문(延詔門)이 있던 자리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높이 서 있다.

구신정은 대가야 시대에 아홉 명의 신하가 놀던 장소 또는 국사를 의논하던 장소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구신정 자리에 서 있는 나무라 하여 수령 320년의 연조리 느티나무를 ‘구신나무’라 부른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고목으로 변한 느티나무에 귀신이 붙었다고 해서 후세 사람들은 이 ‘구신나무’를 ‘귀신나무’라 불렀다.

마을사람들은 이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르게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에 ‘집안과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빌며 한 해를 잘 넘겨 달라는 뜻’으로 나뭇가지마다 종이나 오색 헝겊을 매달았다.

오랜 세월 동안 연조리의 상징적인 나무로 여기며 아껴온 마을의 수호신이자 당산목이다. 

연조리 느티나무는 높이 13m, 가슴높이 둘레 4.8m로 1982년 10월 29일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나무줄기 중앙에 큰 구멍이 생기고 속이 비어 있지만 생육이 좋은 편이다.

도로변 석축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데 주변 토질은 비옥해 보인다.

이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원래 있던 이 느티나무의 모목(母木)은 죽어 없어지고 그 후 새로 심은 나무라고 한다.

지금의 연조리 느티나무보다 훨씬 그 이전부터 있었던 구신나무가 대를 이어온 것이다.     

대가야읍 연조리(延詔里)는 1914년 대가야읍 내에 있던 동부동(東阜洞)과 봉두동(鳳頭洞)을 합쳐 연조리라 부르면서 처음 생긴 지명이다.

‘연조’라는 명칭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에 왕궁이 만들어지는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가야국 시절 국왕이 조서(詔書)를 반포할 때 붙이던 게시판을 ‘조서를 맞는다’는 뜻의 연조문(延詔門)이라 했는데, 이 연조문이 있던 곳이라 해서 연조리라 불렀다.

구신정 밑에 연조문과 대가야성 문루가 있었다고 한다.

대가야읍은 시가지 서쪽에 위치한 진산(鎭山)인 주산(主山)을 배경으로 동향을 하는 고을인데, 연조리 일대는 대가야읍의 중심지로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의 대표적인 유적지는 지산동고분군(池山洞古墳群)이다.

당시 대가야의 지배층은 자신들의 왕도가 훤히 내려 보이는 곳에 사후세계의 안택(安宅)을 조성하였다.

이는 죽은 뒤에도 후손들의 안녕을 지켜주려는 의식의 발로였을 것이다.

아울러 산 능선 위에 무덤을 조성함으로써 더 웅장하게 보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대가야 사람들은 왕도(王都) 지역의 공간을 계획적으로 구분하여 활용했다.

왕과 왕족들이 생활하는 궁성을 중심으로 관아 건물과 민가 등 일상생활 공간을 마련하였다.

문헌과 구전 기록에 따르면 궁성에는 출입문인 전단문(栴檀門)과 왕과 신하들이 정사를 논하던 구신정, 조서를 반포하던 연조문이 있었다고 한다.

연조리 느티나무 이야기와 잘 들어맞는다. 2002년 그 인근에 마을쉼터를 조성하고 이름을 구신정이라 붙였는데 주민들의 휴식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연조리 느티나무는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왕국의 흥망도, 백성들의 애달픈 사연도 모두 품은 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고령 연조리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19-1-8-1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9.
·나무 종류 느티나무
·나이 320년
·나무 높이 13m
·둘레 4.8m
·소재지 고령군 대가야읍 연조리 589-5
·위도 35.730189, 경도 128.265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