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피면 볼락낚시도 제철

구이용 볼락
구이용 볼락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바다낚시를 다니다 보면, 막 벚꽃이 필 무렵인 4월 초에는 막상 대상어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열기는 산란을 해버려 맛이 덜하고, 우럭이나 참돔이나 갈치는 시즌이 좀 이르다. 육지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본격적으로 피어나건만, 바다는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사시사철 낚시가 가능한 어종이 바로 볼락이다. 3, 4월부터 장마철까지 볼락은 마릿수도 노릴 수 있고, 더군다나 맛도 좋아서 남해와 동해 남부권에서는 인기 낚시 대상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통영 일대에서 볼락은 최고 인기 어종이다. 거제, 진해, 통영, 삼천포, 남해 지역까지 볼락 사랑은 유별나다. 아주 작은 볼락은 젓볼락이라 해서 젓을 담고, 무김치에 볼락을 버무려 볼락김치를 별미로 먹는다. 무엇보다 볼락은 구이로 대접받는다. 볼락 왕소금구이는 남해 동부 일대에서는 최고의 찬사를 받는 음식이다. 여수권에서는 볼락보다 샛서방고기라고도 하는 군평선이(금풍생이, 딱돔 등 여러 이름이 있다)를 구이로는 훨씬 윗길로 친다.

조선시대 김려라는 사람은 지금의 진해 진동 율티리로 귀양을 왔다. 정약전처럼 김려도 물고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책을 하나 남긴다. 그게 바로 1803년 편찬한 우해이어보. 이 책에는 볼락에 대한 기록도 있다. 진해 어부들이 그물로 볼락을 잡긴 하지만 그 양은 많지 않고, 거제 사람들이 수백 항아리씩 젓갈을 담아 진해로 팔러 온다고 기록해 놓았다. 그 젓갈 맛이 쌀엿과 같이 달다고 평했다.

삼덕한 전경
삼덕항 전경

지난주 제주로 갑오징어를 잡으러 갔다가 날씨가 좋지 않아 거의 을 친 것은 물론 엄청 고생을 했다. 좀 편안한 낚시를 하자 해서 보니 금요일 남해 동부 일대가 완전 장판으로 예보가 나온다.

금요일 밤낚시를 하기로 하고, 선수들을 모집해보니 가려는 사람이 없다. 서울 사람들은 볼락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대개 볼락은 남해에서 다 소비되기에 남해 동부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볼락 맛을 잘 모른다. 볼락을 전문으로 파는 집도 서울에는 거의 없다.

선상에서 볼락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씨알이 가장 좋은 건 우럭낚시와 동일한 외줄낚시 기법이다. 열기낚시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통영 지역에서는 80호 봉돌을 사용한다. 선장이 어탐기를 보고 정확하게 배를 어초나 자연초 등에 댄다. 우럭 어초낚시ㅇ하도 같다. 이 방법 외에도 볼락 덜덜이낚시라고 봉돌을 20-30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량도 등 수심이 얕은 지역에서 하는 방법이다. 또 밤에 녹색 집어등을 달고, 배를 고정시킨 뒤 베이트피시를 유인하여 잡는 방법도 있다. 남해 동부권에서는 볼락이 인기가 좋아 여러 낚시방법이 개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80호 봉돌을 사용하는 볼락 야간낚시가 씨알면에서는 월등하다.

단독 어초 외줄 출조를 하기로 하고 금요일 아침 7시에 400킬로를 쉬엄쉬엄 운전해 통영 삼덕항에 오후 130분 정도에 도착한다. 중간에 통영 서호시장에 들러 졸복국 한 뚝배기를 달게 먹고 삼덕항 입구에서 충무김밥까지 싸서 정박해 있는 빈 배에 오른다. 출항시간이 5시니 세 시간 이상 여유가 있다.

타는 배는 짱피싱. 널찍한 갈치배다. 추첨을 하여 자리 배정을 하고 5시 조금 지나 출항을 한다. 좌측 제일 앞자리다. 포인트에 뒤로 진입하면 조황이 좋지 않은 자리다. 하지만 그것도 다 운명이다.

배는 한 시간 이상을 달려 욕지도와 두미도를 지난다. 멀리 세존도가 보이는 곳에서 낚시가 시작된다. 수심은 30-40미터. 미끼없이 고등어 어피가 달린 하야부사 6단 카드채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밤낚시에 청갯지렁이를 끼우면 번거롭기도 하고 해서, 실험적으로 어피 채비가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다.

 

자주 출조한다는 앞자리에 자리잡은 통영꾼은 밤낚시는 청갯지렁이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내가 청갯지렁이를 조그만 통으로 하나밖에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니, 자기 것 나누어 쓰자고 한다. 말씀은 고맙지만 미끼를 나눠 쓰는 건 민폐다. 일단 카드채비를 사용해 보기로 한다.

낚시가 시작되고 한 두 번 우측 앞에서 고기가 올라 온다. 내가 있는 좌측 앞쪽은 감감 무소식이다. 그러다가 서너 번 입수 후 최초로 고기가 올라온다. 탈탈거리는 입질이 오고, 좀 기다리려다가 첫 수를 놓치면 안 된다 싶어, 줄 태우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올렸더니 준수한 씨알의 볼락이다.

사천만 장판같은 바다로 해가 진다.
사천만 장판같은 바다로 해가 진다.

 

사천만 쪽으로 해가 진다. 장판같은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도 보기 드문 장면이다. 아무도 해를 보지 않고 낚시에 열중한다. 이윽고 완전한 어둠이 내린다.

한 시간 정도를 첫 포인트 부근에서 낚시를 한다. 선장은 수심을 정확히 안내를 해 준다. 이를테면 40미터 깊이에 6미터 어초다, 4미터를 들어라, 하는 식이다. 또는 자연초니 1미터만 들어라, 10미터 철탑이니 6미터를 들어라, 이런 식이다.

그렇게 하면 대개 입질이 들어온다. 문제는 뒤로부터 입질이 오다가 내 자리에서 입질이 딱 그친다는 점이다. 아예 입질이 안 오는 것은 아니고 서너 번에 한 번은 온다. 자리 탓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편안하게 낚시를 한다. 그것도 다 복불복이다.

수심이 깊어 뱃전에 올리면 부레가 나온다
수심이 깊어 뱃전에 올리면 부레가 나온다

 

밤낚시를 하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욕지도 쪽으로 한 30분 포인트를 옮긴다. 이번에는 입질이 들어온다. 어느 사이 11시가 지났다. 씨알은 좋은데 줄을 타지 않는다. 카드 채비를 포기하고 10호 일반 바늘에 청갯지렁이를 길게 달아본다. 바로 입질이 들어온다. 역시 밤낚시에는 청갯지렁이를 당할 미끼가 없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조과가 더 좋았을 것을.

현지꾼들은 대를 거치하지 않고 들고 훨씬 바닥을 공략했다. 나는 거치하고 교범대로 들었다. 밑걸림은 거의 없었지만 조과가 현지꾼보다 못했다.

새벽 2시 철수다. 전부 20마리 정도 잡았다. 씨알은 준수하다. 뭐 이 정도면 된다. 뒤에 있었던 현지꾼들은 나의 두 배는 잡은 거 같다. 3년 전인가 왔을 때는 앞쪽에 자리잡아 약 80마리를 잡았다. 그때 뒤에 꾼들은 약 150마리를 잡았었다. 20년 전에 통영에 와서 배낚시를 하면 낮에도 보통 100마리는 볼락을 잡았다. 보통은 줄을 태웠다.

그러나 이번 낚시는 줄을 태우지 못했다. 다른 꾼들도 거의 줄을 태우지 못했다. 태워보았자 겨우 3마리 정도다. 앞에 자리잡은 통영 꾼은 올해 고기가 안 나온다고 한다.

볼락 자원 고갈인지, 해거름 현상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렇게 고기가 안 나올 땐 짧은 대를 사용하고, 거치하지 말고 들어서 수시로 바닥을 확인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잡을 수 있다. 볼락 특유의 줄타기가 없어 아쉽다. 볼락 밤 외줄낚시는 청갯지렁이를 넉넉히 준비하는게 좋다. 자원이 없을 때는 밑걸림을 각오하고 과감히 바닥을 확인해서 한 마리씩이라도 올려야 한다. 그게 다수확의 요령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기대보다 좀 짧은 낚싯대가 유리하다. 연질 우럭대면 딱 좋다.

볼락회
볼락회

삼덕항에 입항하니 새벽 330분이다. 400킬로를 운전해서 서울로 올라간다. 왕복 2천리 길이다. 볼락 20마리를 잡기 위해 800킬로, 2천 리를 당일치기로 운전을 했다. 미친 짓인가? 낚시꾼의 운명인가?

 

볼락구이
볼락구이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