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에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대응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갔던 중국의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종업원들에게 최근 해고의 쓰나미가 밀려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규제로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생존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인 마구잡이 해고에 나서는 탓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조만간 실업 대란이 고용 시장의 일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우려가 진짜 분명한 현실이 될 경우 전국에서 최소 수 십만여 명, 최대 수 백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 빅테크들의 구조조정이 봇물처럼 이뤄진다는 사실을 전하는 중국의 한 플랫폼./제공=징지르바오.

이 단정이 결코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명한 징둥(京東)이 대규모 구조조정 행보에 나선 것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31일에만 1000여명의 퇴직 신청을 받는 등 2주일에 걸쳐 정리 해고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문별로는 평균 10∼30%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대로라면 최소 1만2000여 명이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잘리는 처지가 된 것도 억울한데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해고가 마구잡이로 이뤄졌다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고급 인력과 작년에 입사한 신입 직원들까지 해고 대상에 포함된 사실을 상기하면 이 단정은 절대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징둥의 경영진들은 갈수록 나빠지는 경영 실적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심지어 류창둥(劉强東)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그동안 고락을 함께 해온 형제들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징둥은 기업이지 자선기관이 아니다. 회사 발전을 위해 직원들을 최적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요지의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당연히 비판 여론이 거세다. 우선 사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는 2020년 입사한 베이징 주재 직원 천밍산(陳明珊) 씨가 "나는 석사 학위를 가진 고급 인력으로 입사했다. 회사가 수차례 입사를 권고해 감동한 나머지 들어왔다. 솔직히 이 회사에 뼈를 묻으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고는 마음이 떠났다. 앞으로는 회사 쪽을 향해서는 얼굴도 돌리고 싶지 않다. 앞으로 조그마한 개인 사업을 할 예정으로 있다"면서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소재의 알리바바 본사 건물의 직원들. 대부분이 해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제공=징지르바오.

고용 정책 당국 역시 징둥의 행보가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공동부유(다 함께 부유해짐)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판단 하에 해고를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언론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 징둥이 경영진들의 무능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에 나서고 있다.

징둥이 사내외의 거센 비판 여론에도 불구,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다 까닭이 있다. 우선 실적의 발목을 잡는 당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를 꼽을 수 있다. 도무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치열한 경쟁 역시 거론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인한 실적 악화도 나름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징둥은 지난해 36억 위안(元·7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휘두르는 기업이 징둥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다른 빅테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나설 기업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용 규모가 25만 명에 이르는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꼽을 수 있다. 최근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최소 10%인 2만5000명 전후의 직원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최대 게임 및 인터넷 기업인 텅쉰(騰訊. 텐센트)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다. 10만 명의 인력을 15% 정도 줄이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 중국판 우버와 유튜브로 불리는 승차호출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과 비리비리(嗶哩嗶哩. 짧은 동영상 앱 업체 콰이서우(快手)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해 고용 증가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히고 있다. 심지어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小紅書)는 해고 대상자들에게 당일 통보해 분노까지 자아내게 하고 있다. 중국의 빅테크 직원들에게 불고 있는 해고 쓰나미가 올해 내내 밀려올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