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낚시의 진화

씨알 좋은 우럭을 '개우럭'이라 한다. 강아지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씨알 좋은 우럭을 '개우럭'이라 한다. 강아지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바다 선상낚시의 대표적인 장르가 바로 우럭낚시다.

우럭낚시야말로 모든 선상낚시의 출발점이다.

낚싯대나 합사를 사용하지 않을 때인 1960년대 인천의 만석부두에서 바다 선상낚시가 시작되었을 때, 주 대상어가 바로 우럭이었다. 우럭낚시를 하다 보면 쥐노래미, 광어, 황해볼락, 삼숙이 등이 올라온다.

1990년대 인천의 연안부두나 남항부두는 우럭낚시의 메카였다.

이때는 주로 경기만 일대의 여러 섬, 이를테면 이작도, 작약도, 승봉도, 영흥도 등의 연안을 돌아다니며 50호 봉돌을 사용하여 우럭을 잡았다.

이때만 해도 주로 여밭 낚시여서 어초나 침선낚시는 보기 힘들었다. 2000년대 들어 우럭낚시는 100호 봉돌을 사용하여, 보다 수심이 깊은 곳을 직접 공략하여 우럭을 잡아내기 시작했다. 실력있는 선장은 어탐기를 보면서 포인트를 꼭꼭 집어 우럭을 낚아냈다.

요즘은 우럭낚시 또한 분화되어 있다.

100호 봉돌을 사용하는 전통 우럭낚시. 또 하나는 30호-50호 정도의 봉돌을 사용하여 장비를 가볍게 하여 최대한 손맛을 즐기면서 우럭을 낚아내는 이른바 우럭 외수질 낚시다.

우럭 외수질 낚시는 광어 다운샷, 농어나 민어 외수질 낚시, 백조기 낚시와도 흡사하다. 봉돌 40호를 기준으로 하여 그에 맞는 채비를 사용하는 낚시라고 보면 된다.

4월 24일 무시 물때, 신진도 항공모함호를 탄다.

전영수 선장은 서해 농어 배낚시의 개척자다. 하지만 농어야 사시사철 잡을 수가 없으니, 계절에 따라 우럭 외수질 낚시도 병행한다.

요즘 유명 낚싯배들은 조타실이 각종 계기로 가득하다. 이런 전자장비를 보면서 선장은 정확히 저 넓은 바다의 어느 한 지점, 우럭의 몸통 혹은 입 바로 위에 낚시꾼의 봉돌이 떨어지도록 노력한다.

항공모함호의 조타실에 있는 각종 계기(어군탐지기. GPS 프로타, 레이다, 무전기, 단거리송수신기, 장거리송수신기 등)
항공모함호의 조타실에 있는 각종 계기(어군탐지기. GPS 프로타, 레이다, 무전기, 단거리송수신기, 장거리송수신기 등)

새벽 5시에 출항한 배는 두어 시간을 달려 석도 부근까지 나아간다. 여기서 한 30분만 가면 격렬비열도다.

바다는 온통 안개로 시야가 좋지 않다. 하지만 파도도 없고, 물색도 안정적이다.

우럭낚시는 물때, 물색, 수온 등의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호조황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맞다 하더라도, 몰황인 경우도 허다하다. 다른 배들이 다 잡아가서 그럴 수도 있고, 선장의 배대는 솜씨가 좋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

7시경 첫 입수. 여바닥 낚시라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두 번째 입수부터 여기저기서 우럭이 올라온다. 조짐이 좋게 보인다.

하지만 앞쪽, 선미쪽과 진행 방향으로 봐서 선장 좌측편에만 올라온다. 내가 있는 우측 5, 6, 7, 8번은 조황이 없다.

그러다가 내 양쪽에 포진해 있는 여성 조사 둘이 동시에 중짜 우럭을 올린다. 요즘은 남편이나 애인과 함께 오는 여성 조사들이 많다.

흔하지는 않지만, 여성 조사들끼리 오기도 한다. 오늘은 전체 20명 중 3명이니 15%가 여성 조사다. 대개 여성 조사들이 더 알뜰히 잡고 고기 욕심이 더 많다. 자식이나 남편이나 간에 누구를 더 먹이고 싶어 그런 거다.

어머니 마음을 생각하면 바로 이해가 간다.

다른 사람이 두 세 마리를 잡는 동안 나만 잡지 못한다.

살려온 새우 미끼를 써도 그렇다. 내가 못 잡는 게 안타까운지 선장이 내 자리에 썩 와서 “아니, 왜 이런다요.”하는 바로 그 순간 덜커덕 큰 입질이 온다. 반사적으로 챔질을 하고 릴링을 한다. 고기의 저항과 무게로 인해 빨리 릴링할 수도 없다. 대물 우럭 특유의 쿡쿡 처박는 입질이다. 까부는 입질이면 대개 쥐노래미이고 옆으로 째면 광어, 처박으면 우럭이다.

수심 40m가 넘는 곳에서 드디어 4짜 초반 우럭 한 마리를 올린다. 개시다.

그 이후에도 잔챙이 우럭 서너 마리를 올린다. 똥침 같은 곳에서 뒤 10번 자리부터 순서대로 입질을 한다. 나에게도 덜컹하더니 상당히 무거운 저항이 시작된다.

분명 대물이다.

그러나 5짜를 넘을 것 같진 않다. 예상은 적중했다. 4짜 중반 우럭이다. 우측 10명 중 6명에게 입질이 왔다. 요즘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4짜가 넘는 우럭 두 마리면 회와 매운탕, 구이를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그래도 더 잡으면 좋다. 이웃이나 친지와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우럭은 모두에게 환영받는 국민 물고기인 탓이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지났다. 모두 석도 주면 여밭 혹은 똥침에서 올린 조과다. ‘똥침’이란 인공적인 구조물을 말하는 낚시꾼들의 은어(隱語)다.

침선이 오래되어 구조물이 허물어지면 똥침이 되기도 하고 폐그물이 쌓여 똥침을 이루기도 한다.

인공어초가 부서져서 똥침이 될 수도 있다. 보통 1, 2미터 높이의 돌무더기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이 똥침에 의외로 대물 우럭이 산다.

우럭은 이런 곳에 숨어 있다가 멸치와 같은 베이트피시를 먹거나, 돌에 붙은 작은 게 같은 걸 섭취한다.

우럭을 잡아서 물칸에 넣어 놓고 보면 베이트피시를 토해내는 걸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새우나 배도라치 치어(실치)나 멸치 같은 걸 먹은 날은 우럭 활성도가 좋은 날이고, 작은 게 같은 걸 토해내는 날은 우럭 활성도가 낮은 날이다.

하지만 한 마리는 게를 토해내고, 한 마리는 새우를 토해내거나, 한 마리에서 둘 다 나올 때도 있다. 바다라는 게 참 예측이 힘들다. 그 속에 사는 물고기들의 습성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럭낚시의 경향이 이 ‘똥침’이다. 똥침 포인트를 많이 아는 선장이 유능한 선장이다. 아쉬운 것은 대개의 똥침이 작아서 배를 흘리면 몇 명에게만 입질이 오고 나머지는 남이 대물을 올리는 걸 부럽게 구경해야 한다는 거다. 배에 탄 20명 모두에게 입질이 오는 경우는 요즘은 거의 없다.

한 25년 전 침선낚시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처음 발견한 생자리 침선 같은 경우는 20명 거의 모두에게 우럭이 입질하는 그런 자리가 있었다.

지금도 그 어느 가을날을 기억한다. 안흥항에서 안흥1호인가 2호인가를 탔는데, 동생 선장(안흥낚시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낚시가게를 하고 형과 아우는 선장이었다.)이 격비도 부근에서 이동하다가 우연히 포인트를 발견하고, 여기 한 번 넣어봅시다, 라고 해서 담근 자리에서 대박이 터진 날이 있었다.

이 한 자리에서 거의 쿨러를 채웠다. 이제 그런 생자리는 없다.

점심을 먹고, 물때가 바뀌자 선장은 내만 쪽으로 한 20분 이동한다. 어초를 뒤지자고 한다. 5미터, 7미터 어초를 뒤진다. 어떤 어초는 꽝이고 어떤 어초에는 고기가 들어 있다.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는 입질이 오는데 나에게만 오지 않는다는 거다. 선장은 어초에 진입하면서 어초의 높이와 베이트피시가 노는 수심대를 알려준다.

예컨대 어초높이 5미터, 베이트피시는 2에서 4미터 사이에 있다... 그러면 봉돌이 바닥을 찍고 3미터를 들고 있다가 입질을 하면 뽑아든다.,.. 이게 기본 이론이다.

나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어초에 걸려서 몇 번 채비를 터뜨린다. 아예 높이 들으니 이번에는 아예 입질이 없다.... 이렇게 해서 채비만 여러 번 날려 먹고 거의 고기를 잡지 못한다.

우럭낚시 35년에 이게 무슨 꼴이냐. 순발력이 없어진 거다.

2시 30분 철수할 때가 되었다. 철수 직전에 좌측 라인을 보니 그야말로 마릿수와 씨알면에서 초대박이다. 쿨러를 거의 채운 거 같다.

우측 라인도 앞쪽은 괜찮은 편, 우측 5번부터 9번 자리가 좀 몰황이었다. 그래도 다른 날에 비하면 좋은 조황이다. 큰 씨알의 4짜 우럭 두 마리에, 작은 우럭 대여섯 마리.

작은 녀석들은 등을 갈라 등따기를 해서 구이용으로
작은 녀석들은 등을 갈라 등따기를 해서 구이용으로

이날 낚시를 마치고, 우럭 외수질 낚시를 정리해 본다.

첫째 합사 라인은 3호 정도가 적합하다. 2호는 약해서 채비가 걸렸을 경우 원줄이 날아가는 현상이 빈번했다.

둘째 채비는 2단 채비가 가장 조과가 좋았다. 외수질 1단 채비보다는 우럭 2단 채비가 효과적이다. 위쪽에서 물린 녀석이 오히려 씨알이 좋았다.

셋째 미끼는 여러 가지를 준비해서 그날 패턴을 찾아야 한다.

이날 우럭은 빨강 염색 오징어 긴 것이 가장 잘 먹혔다. 어떤 날은 짧은 게 잘 먹힐 때도 있다.

산 새우는 입질이 빠르긴 한데, 쥐노래미나 황해볼락과 같은 녀석들의 입질이 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산 새우를 사용한 꾼은 대광어를 낚기도 했다.

광어 한 마리를 꼭 잡겠다면 산 새우를 준비하는 게 좋다.(항공모함호에는 자리마다 기포기가 준비되어 있어 낚시가 끝날 때까지 새우를 살려둘 수 있다.)

옆자리 부부조사는 보리새우를 미끼로 준비해 왔는데, 마릿수는 좋았지만, 씨알이 작았다. 보리새우를 꼬리 끼우기로 해서 많은 마릿수를 잡았다.

새우가 입질이 확실히 빠르다. 다만 이렇게 하면 큰 씨알은 잡기 힘들어진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우럭외수질 낚시에는 염색오징어, 힌색오징어, 산 새우 정도의 미끼를 준비하는 게 조과를 높힐 수 있다.

넷째 로드는 경질대가 아무래도 유리하다. 연질대로 어초에서 적응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다섯째 컨닝을 잘하고 선장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이건 모든 배낚시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옆 조사가 어떤 미끼를 사용하는지, 잘 무는 바늘은 어떤 건지, 수심은 얼마나 주는 건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모르면 가서 물어보고 따라하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남보다 적게 잡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일면 평균을 내면 컨닝을 잘해서 생각하는 낚시를 하는 꾼이 월등히 조과가 좋다.

등따기를 하고 남은 우럭 내장 중에 위장만 골라 잘 씻은 다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 후추가루 등을 뿌려 볶아내면, 천하의 별미다. 우럭근위볶음.
등따기를 하고 남은 우럭 내장 중에 위장만 골라 잘 씻은 다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 후추가루 등을 뿌려 볶아내면, 천하의 별미다. 우럭근위볶음.

4시 30분 항공모함호는 신진항에 도착했다. 이제 5월에 접어들면 이 배는 점농어 외수질로 더 바빠질 거다. 그때를 기약한다.

이제 먹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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