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는 눈에 띄는 새로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다름 아닌 메타버스(VR. 가상 현실) 열풍이다.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꿨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지 않나 싶다. 중국 기업들이라고 이 분위기에 동참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ICT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5년에 중국 내 관련 시장이 최소 1000억 위안(元. 18조8000억 원), 최대 2500억 위안(47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톈은 고객 기업들의 니즈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해당 기업들과의전략적 제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액 증대 효과도 누리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행보가 주목되는 대표 기업도 바로 꼽을 수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베이징페이톈윈둥(北京飛天運動)과학기술공사(약칭 페이톈)가 아마도 주인공이 돼야 할 것 같다. 텅쉰(騰訊. 텐센트)을 비롯해 화웨이(華爲) 등의 거대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 단단히 벼르고 있으나 행보는 페이텐이 단연 독보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08년 초 베이징장중페이톈(掌中飛天科技)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페이톈은 처음에는 게임 회사로 출발했다. 실적도 상당히 좋았다. 업계 톱은 아니었어도 늘 주목받는 회사로 유명했다.

그러다 2015년 VR 및 AR(증강 현실) 개념이 본격 대두하면서 주력 업종을 변경하려는 모험적 행보에 나섰다. 2017년에는 AR/VR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VR/AR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지 5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우선 회사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면서 VR 파노라마 기능(사용자 주변의 전체 방향을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 입체 효과를 내면서 기존의 한 방향 파노라마보다 더 넓은 시야의 사진을 만듬)을 선보였다.

동시에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국의 바이두(百度), 징둥(京東) 같은 빅테크들과의 전략적 제휴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징둥과는 VR 콘텐츠를 핵심 공급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2021년 말에 회사 이름을 현재의 것으로 바꾼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페이톈이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춘에 마련한 VR 체험관.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페이톈의 승승장구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의지를 보면 올해는 몰라도 내년에는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최초로 홍콩 증시에 입성하는 메타버스 기업이 될 페이톈의 주력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우선 VR/AR 콘텐츠 및 VR/AR 서비스 사업을 꼽을 수 있다. 또 VR/AR SaaS, IP 사업 역시 적극 추진하고 있다.

페이톈의 VR/AR 콘텐츠 사업 모델은 간단하다. 거래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공한다. “우리가 개발했으니 당신들은 안심하고 쓰기만 하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거래 기업들은 페이톈이 제작한 콘텐츠를 업무에 적용, 단말 사용자들이 사용하도록 한다. 이 사업은 현재 오락, 교육, 기술, 보건 및 자동차 등의 업종으로까지 확대돼 있다.

VR/AR 서비스는 거래 기업들에게 VR 및 AR 기술의 활용법 안내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 교육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VR/AR 고급 장비를 대여하는 서비스도 진행한다. 기업은 이를 이용, 홍보 및 교육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VR/AR SaaS 사업 모델은 누구나 다 콘텐츠 제공자가 되면서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플랫폼의 소셜 기능을 이용, 콘텐츠를 활용하면서 콘텐츠의 정보 교류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도 보유하고 있다.

IP 사업은 거의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라고 해도 좋다. 자사가 보유한 캐릭터를 활용해 게임 및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IP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의 한 게임 회사 대표 리톈닝(李天凝) 씨는 “페이톈은 주로 IP 자원을 이용해 고객들의 VR/AR 사업을 지원한다. 개별 상황에 따라 IP 권리를 부여해 특정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한다. 가장 이익이 많이 남는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도랑 치우고 가재 잡는 사업이다.”라면서 페이톈이 사업 아이템을 잘 잡았다고 극찬했다.

물론 페이톈의 주력 사업은 VR/AR 콘텐츠 및 서비스라고 해야 한다. 대부분의 매출도 이들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각각의 시장 점유율도 극강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의 열풍에 비하면 페이톈의 매출액은 다소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좋다. 2021년 기준으로 5억 위안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출액이 해마다 계속 두 배 이상씩 늘어나는 현실을 보면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영업 이익이 매출액의 절반에 가깝다는 사실 역시 고무적이라고 해야 한다.

당연히 페이톈은 약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투자액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치열한 경쟁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언제든지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경향이 농후한 ICT 업계에서 이는 진짜 치명적이라고 해도 좋다. 최근 왕레이(汪磊)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페이톈의 경영진이 R&D 투자를 늘리기 위해 엔젤 투자자들을 적극 영입하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진입을 노리는 빅테크들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페이톈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기업 규모에서 많이 뒤처지는 현실이 당장은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는 페이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업계에 뛰어들었다는 사실과 경쟁력이 아직까지는 넘사벽(넘지 못할 사차원의 벽)이라는 소리를 듣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분간 승승장구가 멈추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상장까지 된다면 완전히 날개까지 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업계에서 페이톈의 기업가치를 최소한 100억 위안 이상으로 보는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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