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최혜인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연구원] 깊은 산 속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모옥(茅屋) 한 채가 보인다. 그 안에서 고사(高士)는 조촐한 식사를 하고 있고, 마당에 놓인 커다란 괴석 옆에는 다동(茶童)이 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뛰어난 화원 화가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이 그린 《산정일장병》중 제4폭〈맥반흔포도〉이다. 가만히 감상하고 있으면, 찻물 끓는 소리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이따금씩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마음이 평온해진다.《산정일장병》은 총 8폭으로 이루어진 병풍으로, 남송대 문인 나대경(羅大經, 1196~1242)이 쓴 『학림옥로(鶴林玉露)』 중 「산거편(山居篇)」을 주제로 하고 있다. 「산거편」은 나대경 자신의 산 속 생활에 대한 즐거움을 써내려간 짧은 산문으로, 관료문인들이 원하는 은거(隱居) 모습을 잘 담아내어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다.이는 회화의 주제로도 매력적이었다. 「산거편」의 첫 머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