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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차 문화 ⑦] 맥반흔포도(麥飯欣飽圖)와 산정일장병(山靜日長屛)
[그림으로 보는 차 문화 ⑦] 맥반흔포도(麥飯欣飽圖)와 산정일장병(山靜日長屛)
  • 최혜인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4.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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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삶에서 만난 차
제4폭 산정일장 [이인문·조선후기·116.0x48.0cm·개인소장]
제4폭 산정일장 [이인문·조선후기·116.0x48.0cm·개인소장]

[뉴스퀘스트=최혜인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연구원] 깊은 산 속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모옥(茅屋) 한 채가 보인다. 그 안에서 고사(高士)는 조촐한 식사를 하고 있고, 마당에 놓인 커다란 괴석 옆에는 다동(茶童)이 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뛰어난 화원 화가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이 그린 《산정일장병》중 제4폭〈맥반흔포도〉이다. 가만히 감상하고 있으면, 찻물 끓는 소리와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이따금씩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마음이 평온해진다.

《산정일장병》은 총 8폭으로 이루어진 병풍으로, 남송대 문인 나대경(羅大經, 1196~1242)이 쓴 『학림옥로(鶴林玉露)』 중 「산거편(山居篇)」을 주제로 하고 있다. 「산거편」은 나대경 자신의 산 속 생활에 대한 즐거움을 써내려간 짧은 산문으로, 관료문인들이 원하는 은거(隱居) 모습을 잘 담아내어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다.

이는 회화의 주제로도 매력적이었다. 「산거편」의 첫 머리에서 당경(唐庚, 1071~1121)의 「취면(醉眠)」이라는 시 첫 구절인 “山靜似太古 日長如少年”을 인용하고, 바로 자신의 한적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래서 이 글을 주제로 한 그림은 <산정일장도(山靜日長圖)>로 불렸다.

관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그들의 마음이 나대경의 삶에 투영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도상화 시킨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이상적 삶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명나라에서 활약했던 오문화파(吳門畵派)들이 이것을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으며, 조선에서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심사정(沈師正, 1707~1769), 이인문,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재관 (李在寬, 1783~1837) 등의 여러 화가들에 의해서 꾸준히 그려지게 되면서 이 시기에 새로운 주제로 부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산거편」은 무슨 내용일까. 산 속에 은거지를 마련한 나대경은 소나무 그늘 밑에서 쉬다가 새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잔다. 일어나 때론 차를 달여 마시고 『주역』,『국풍』과 같은 책이나 도연명과 두보의 시를 읽는다. 그러다가 무성한 숲길을 거닐며 잠시 누워서 쉬고 때 되면 아내가 차려준 밥을 배불리 먹는다. 친구를 만나면 하염없이 담소를 나누고 해질녘에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을 감상하며 하루가 마무리 된다.

이 한가로운 삶은 한 폭에 그려지기도 하고, 이인문의 《산정일장병》처럼 산거생활의 내용을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병풍이나 첩으로 만들어졌다. 번잡한 일 없이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고 살아가는 이 모습은 관료문인들을 대리만족 시켜주었던 것 같다. 마치 오늘날 직장인들이 SNS에 올라온 멋진 여행지 사진을 보며 흡족해하는 모습과도 겹쳐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산거편」에서는 차를 마시는 장면은 두 번 나온다. 여덟 폭으로 나누어진 회화작품 중에서는 제1폭과 제5폭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인문의 이 작품은“이윽고 죽창 아래로 돌아오면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죽순과 고사리 반찬을 만들고 보리밥을 올려주니 기쁜 마음으로 배불리 먹네.(旣歸竹窓下 則山妻稚子 作筍蕨供麥飯 欣然一飽)”라는 구절을 시각화 시킨 것인데, 차를 마신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차를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이다. 해당 구절은 화면 왼쪽 윗부분에 화제(畵題)로 적혀있기도 하다. 즉, 차를 즐기는 모습이 장면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감상자의 요구 혹은 작가의 해석에 따라 변형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이 그려진 18세기는 새로운 문물이 활발히 유입된 시기다. 그 가운데서 만명(晩明) 문인들이 저술한 소품문(小品文)이 조선 후기 일부 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용되어 읽혀진 것인데, 소품문에서는 원림을 조성하여 그곳에서 시화(詩畵)를 감상하며, 차를 마시고 고미술품을 완상하는 다양한 취미생활로 한적한 생활을 보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명말 문인 진계유(陳繼儒, 1588~1639)의 『태평청화(太平淸話)』권2에 “향 피우기, 차 마시기, 벼루 씻기, 가야금 연주하기, 서책 살펴보기, 달 기다리기… (凡焚香試茶, 洗硯鼓琴, 校書候月…)”라며 자신이 즐기는 문화생활 23가지를 열거 했는데 차를 마시는 것이 두 번째로 언급되고 있다.

이와 같이 소품문은 여러 가지 문예취향과 문화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었으며, 조선 후기 문인들이 추구한 한적한 삶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어서 읽은 이들에게는 좋은 자극제 및 참고서가 되었다. 오수(午睡), 전다(煎茶), 독서(讀書) 등의 모습이 이 시기에 단독 회화 주제로 부각된 것도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혜인 연구원
최혜인 연구원

특히 차를 통해 생활의 고아한 정취와 내면의 정화를 더욱 갈망하게 되면서 유유자적 하는 고사 곁에 차를 달이는 다동의 모습을 그려 넣게 되는데, 제4폭〈맥반흔포도〉《산정일장병》이 좋은 예시가 된다.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 자유로이 사는 삶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그 삶의 모습이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일 수도 있고, 웅장한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일 수 있다. 이인문의 제4폭〈맥반흔포도〉《산정일장병》처럼 차를 마시며 고요히 지내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꿈꿨던 삶의 모습이다. 이를 기억하며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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