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향유가 지천으로 피었다.가을이 왔다는 뜻이다.쑥이나 서양민들레처럼 애써 가꾸지 않아도 민가 주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게 향유다.꽃이 화려하지 않아서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는 않는다.그 대신에 특유의 향기로 향유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추석에 찾아간 엄마 계신 고향 집 마당에도,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들렀던 예천보건소 언저리에도, 그리고 ‘좀풍게나무’를 조사하러 갔던 경북 의성의 빙계계곡에도 향유가 피어 너울너울 향기를 내고 있었다.식물 전체에서 강한 향기가 난다고 해서 이름도 ‘향유(香薷)’다.나물로 먹기도 해서 옛사람들은 먹을 ‘여(茹)’자를 붙여 ‘향여(香茹)’라고도 했다.동아시아를 비롯하여 히말라야와 유럽에도 널리 자라는 향유는 먼 옛날부터 인류가 약용식물로 널리 이용해왔다.조선 초기에 발간된 '향약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에 향유가 등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그 이전부터 향유를 국산 약재로 다루었을 것이라고 본다.'향약채
【뉴스퀘스트=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밤이 되어야 활짝 피는 꽃이 있다.우리에게 익숙한 달맞이꽃이 그렇고 박꽃이 그렇다.이들이 밤에 속을 활짝 열어 보이는 건 ‘꽃가루받이’ 때문이다.그 거룩한 잉태를 성사하기 위하여 꽃은 그들 사이의 매개자로 곤충을 불러 모은다.‘박각시나방’은 그래서 ‘박꽃’을 찾아오는 ‘각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박각시가 박꽃에 날아드는 여름밤의 풍경은 일찍이 백석이 한 편의 시를 써서 그림처럼 완성해 놓았다.그렇게 뜨겁던 여름이 한 치의 미련도 없이 떠날 채비를 하는 이 무렵에 읽으면 그의 시는 나를 다시 한여름 밤의 어떤 장면 속으로 데리고 간다.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