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이 들려주는 미래 이야기] “미래를 알 수 없는 미래가 온다”(23)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흘러가는 물과 같은 사회라는 액체사회(liquid society)는 무엇을 의미할까? 경제와 기업의 의미에서 볼 때 액체 사회는 업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회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이제 21세기의 기업들은 동종 업계와의 경쟁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동종 업종은 물론이고 타 업종의 기업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용품 나이키가 기존 경쟁업체인 아디다스, 리복 외에 게임업체인 닌텐도를 새로운 경쟁상대로 지목한 것을 들 수 있다.

흘러가는 물과 같은 사회라는 '액체사회(liquid society)'는 경제와 기업의 의미에서 볼 때 업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회를 말한다. [사진= The Fluid Society] 

업종 간의 경계 허물어져 모두 연관을 맺어

나이키의 주 고객층인 젊은 층이 실제 스포츠보다는 닌텐도 게임을 즐기게 되면 그만큼 나이키 운동화의 매출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액체사회에서는 같은 시장 내에서 누가 더 고객의 시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시간 점유율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액체 사회는 기업 간의 무한경쟁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러한 무한 경쟁은 오히려 새로운 패턴을 제시하여 고정된 ‘고체 사회’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기존의 고체사회를 액체 사회로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정보화다. 현시대는 고체처럼 고정된 상황이 아니라 모든 것이 유동성이라는 흘러가는 액체 사회, 즉 액체 환경의 시대다.

그래서 고정된 시각이 아니라 흐름과 트렌드 측면에서 세상을 먼저 간파하고 그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한다.

그러면 거대한 네트워크의 디지털 망을 타고 나날이 혁신화 되는 액체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스마트하게’ 생존할 수 있을까?

디지털화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잘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다만 객관적인 시대적 흐름일 뿐이다. 인터넷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화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음지 빈민층으로 밀려난다고 경고한다.

아날로그 시대에 살던 기성세대가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가치충돌 과정에서 정보를 적극 적으로 수용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액체 사회, 액체 환경은 바람직한 사회의 표본이 되고 있다.

농경사회는 ‘고체사회’, 디지털시대에서 좀 더 성숙한 액체사회로

농경시대와 산업시대만 해도 모든 것은 고정되어 있었다. 공장을 하나 지으면 30년은 공장 주변에 일꾼들이 마을을 만들어 함께 살면서 거주지를 형성했다.

농경산업시대를 고체 사회라고 한다면 이제는 고정된 것이 없는 액체로 흐르는 강물의 사회가 된 것이다.

유엔미래포럼은 한국에서 악플이나 댓글이 급속히 하락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예전만 해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 포탈이나 신문기사들이었다. 여기에 다는 악플이나 댓글이 커다란 문제로 작용했다.

Career Guide
미래사회의 일자리는 모두 비상근 자유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이내에 인구 절반이 프리랜서로 일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사진=Career Guide]

그러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자신의 기분, 느낌 , 불만, 즐거움을 자신의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남을 비난하거나 야유를 퍼붓는 대신 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친구를 사귀고 "이런 운동을 하고 이렇게 세상을 바꿔 보자"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면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이미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인력을 충원할 때 이력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주소를 찾아 페이스북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살펴본다고 한다.

이력서는 충분히 거짓일 수 있지만 5,10년간 자신을 알려온 페이스북의 내용을 한꺼번에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류 기업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사회나 지구촌을 바꿔보자는 내용의 글은 많이 쓴 사람들을 고용한다.

이제 악성 댓글로 남을 헐뜯고 비방하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기존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10년 내 인구 절반이 프리랜서와 파트타임 일자리

미래사회의 일자리는 모두 비상근 자유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이내에 인구 절반이 프리랜서로 일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프로젝트나 사업장을 찾아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계약해서 일을 따오게 된다.

미국 노동청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비정규직 파트타임이 급속히 증가했다. 2020년 창출된 59만 3000개 일자리 가운데 68퍼센트인 40만4000개가 비정규직이다. 뿐만이 아니다. 유럽, 영국 등에서 여성들은 정규직보다 파트타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제 짧은 기간 동안 일할 사람을 선호한다. 공장물건이 지속적으로 팔릴 것이라는 보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규직보다 계약직을 많이 두어 경영의 묘미를 살리는 경영기법을 ‘액체 경영’이라고 부른다.

지난 10년 동안 정보화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정보화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액체 사회는 가속화된 정보화 속에서 탄생한 하나의 사회 문화적 패턴이다.

액체 사회라는 기술적인 문화 트렌드는 우리 인간을 매몰차고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들기 보다 오히려 성숙한 휴머니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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