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 창조적 분화와 연대가 필요할 때

[트루스토리] 주은희 서태석 기자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측근들은 관련 사실을 여기저기 얘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참여를 목표로 지방조직을 추스르는 등 골격 갖추기에 들어간 상태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 대중의 여론은 기존 정당의 ‘이합집산’ 정도로 평가절하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대한 존재감이 사라지다보니 창당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정치권의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새누리당은 신당이 야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꾀할까 봐, 민주당은 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제1야당의 지위를 위협하진 않을까, 서로 다른 각도에서 주판알을 튕기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이런 여러 가지 정치공학적 접근법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신당은 ‘정치 개혁’ ‘정치 혁명’이라는 명분하에 계속 은밀하고 조용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은 당명이야 이리저리 수차례 바뀌었을지라도 야당의 뿌리이자 제1야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도를 이미 훌쩍 넘어서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그 지지율은 민주당에 9%여 가까이 앞선다. 안철수 입장에서는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즉, 안철수 의원의 입장에는 창당이 그리 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차분하고 안정적인 정치행보, 조용한 거리두기를 통해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새누리당과 지지율을 최대한 좁히는 게 급선무였다. 그런데 국가 권력기관의 대선 개입 등의 사태를 계기로 민심이 폭발하고, 이는 곧바로 여권에 모순에 대한 실망, ‘전투력을 상실한’ 야권의 무능에 대한 실망 등으로 이어지면서, 나아가 여야 정치권을 향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형태로 확산되면서 신당에 대한 욕망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개혁적 보수세력과 건전한 혁신세력을 합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개혁적 국민정당이며 이념적으로는 중도적인 신당 창당으로 개념화되기에 이르렀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은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계정 402개를 통해 5만5689건의 글을 리트윗하면서 대선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1일부터 12월12일까지 3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국정원 직원들은 402개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5만5689개의 글을 쏟아냈다. 게시글에는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들을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찬양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새누리당의 SNS 선거조직이 올린 글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활동한 새누리당 SNS본부에서 올린 글을 리트윗하는 등 여권과 결탁된 모습도 발견됐다.

결국 국민은 ‘최악의 정치스캔들’로 규정하며 국정원과 국방부 새누리당 선거조직이 연계해 활동한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하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계파간 ‘정면 충돌’하는 내홍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는 국정원 옹호와 야당의 선거불복성 발언을 규탄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는 반면 일부 비주류 중진 의원들은 “여당의 책임도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던 것이다.

불쾌한 박근혜 대통령

 
이를 지켜보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 아니 무능한 -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그 결과 ‘친박 원조’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선으로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됐다. 다시 말해, ‘또 다른 친박’ 김무성 의원과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서 전 대표가 직접 당 대표에 도전할지 대리인을 내세워 ‘훈수를 두는’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내심 불안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웃을 수밖에 없고, 역으로 자신의 목을 압박하는 ‘국정원 사태’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선택했다.

그리고 상황은 180도 회전해 청와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를 벼랑 끝으로 내몰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어찌된 일인지 수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수사에 ‘적극적’이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던 통합진보당에 대해선 정당해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숱한 재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의 안착을 갈구하는 모든 세력들을 규합하지도 못한 채 분열에 이어 몰락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대정부 투쟁 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더구나 진보적 정당에 대한 정치적 신임을 철회하고 무당파를 자처하는 개혁적인 20, 30대 유권자들의 표를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최근의 정치현상의 구조적 요인은 빠른 경제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층의 실업, 임금삭감, 수입의 정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료체제에 대한 미흡한 장악력과 그에 따른 정책혼선이 그 이유다. 특히 구관료체제와의 불안한 동거에서 비롯한 무능력, 그리고 관료조직의 교묘한 반발 등이 가시화됨으로써 국민대중으로부터 도덕적 비난까지 받게 된 점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박근혜 정권 내부의 갈등 요인은 반대세력인 진보진영의 연합으로 하여금 재결합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각자의 생존을 위해 분열되었던 서민 대중, 노동자 계급, 야권 시민단체, 진보적 언론, 개혁적 관료집단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외치며 재결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특히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면서 재벌개혁이 아니라 재벌옹호론으로 노선을 수정하는 스탠스를 보이면서 개혁세력의 재결합 속도는 빨라져가고 있다.

게다가 그들의 재결합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계기는 다름 아닌 남북관계 악화, 한일관계 악화 등 외교적 문제가 최대의 곤궁에 처하게 되면서다. 차라리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이 그립다는 ‘과거 회귀론’이 싹트기 시작할 정도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새로운 전략과 진용 개편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역시 전략의 핵심은 저항에 부딪힌 집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지지세력 구축이라는 외길 뿐이었다.

휘몰아치는 사정정국

 
최근 박근혜 정부의 재벌정책 과정과 대북정책 그리고 일련의 사정 국면에서 보여준 금감원, 국세청, 공겅거래위원회 등의 경제관료들과 국방부, 국정원, 경찰, 검찰 등의 공권력이 취한 조치들은 박근혜 정권이 관료체제를 상당 정도 장악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기업, 학계, 언론계 등의 전문가들을 대규모로 영입해 권력의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이들을 폐쇄형 고위 공무원들로 충원한다면 관료체제는 더욱 보수적으로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역시나 ‘지역주의’다. 영남의 지역주의가 더욱 강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경제위기로 인한 그간의 지역개발정책의 부재는 여타지역의 상대적 소외감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향후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서서는 지역주의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신당창당의 서두름이다. 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등의 ‘힘’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이 위태위태한 발걸음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행동은 ‘집권 말기’에 가깝지만, 시기적으로는 ‘집권초’다. 아직도 권력의 힘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단계다.

신당창당에서 주체세력 형성의 성공여부는 이제 ‘시민의 힘’이다. 과거처럼 ‘민주화’를 우선수위로 둬서는 곤란하다. 또 다른 정치적 결집으로 전락된다. 재야 민주화운동 세력의 이념적, 조직적 해체 과정도 사실상 종결된지 오래다. 이제는 창조적 분화와 연대가 모색되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신당 창당 과정에서 들려오는 상호간의 차별성에 대한 비난보다는 각 정파들이 추구하는 역사적, 이념적 동질성에 대한 ‘강조’가 더 필요한 때다. 또한 신당이 개혁과제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각 집결세력이 추구하는 정책노선을 과감히 흡수, 전략적 제휴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전략적 제휴는 기업만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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