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약속 깨자 또 다시 부상한 ‘신뢰 이슈’
2009 우리銀 사태... 국내 기업 자금조달 비상 걸렸다는 분석도
조기상환일 도래한 한화·KDB생명 괜찮나... “문제없어” 일축

흥국생명 [사진=연합뉴스]
흥국파이낸스그룹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연기 결정을 내리면서 자금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화채 한국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외화 채권 발행이 줄어들어 국내 기업들의 외화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콜옵션 만기를 맞는 보험사들이 무사히 조기상환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으나 조기상환일 도래를 앞둔 보험사들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1일 2017년 발행한 5억달러(발행 당시 약 5571억원) 규모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행사를 연기한다고 싱가포르거래소에 공시했다.

흥국생명은 당초 지난 9월 7일 이사회에서 3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과 1000억원의 국내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해 콜옵션을 준비한 바 있다.

흥국생명 측은 최근 싱가포르를 찾아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차환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을 했지만 10%대 금리 제안에도 투자 수요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흥국생명은 차환 발행에 실패하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종자본증권 만기가 30년으로 긴 만큼 5년에 한 번씩 콜옵션을 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았는데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 결정을 철회하자 금융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콜옵션 행사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이 같은 결정에 보험사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물론 외화채 한국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저하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지난 2009년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표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저하된 바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흥국생명의 조기상환 미실시로 국내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며 “내년에 돌아오는 외화채권 만기는 약 250억달러로 올해보다 22% 늘어날 예정이라 달러채의 차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이 위축되며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콜옵션 미행사 공시로 국내외 자금 시장 내 불확실성이 일부 확대돼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는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 콜옵션 만기를 맞는 보험사들도 무사히 조기상환할 수 있을지에도 주목되는 가운데 조기상환일 도래를 앞둔 보험사들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화생명과 KDB생명의 경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 2억달러가 내년 4월과 5월에 각각 첫번째 콜옵션 행사일이 다가오는 상황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불발 이슈는 한화생명과는 무관한 이야기”라면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8년 4월에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내년 4월 계획대로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내년 5월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약 2억달러)규모의 콜옵션 행사 사안이 있으나 아직 시간이 있다.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하며 대주주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본 사안에 관한 구체적인 시기, 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정한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각사 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결정을 내릴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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