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에너지위기 심각, 미국은 원유와 가스로 돈벌이만” 비난
"美, IRA 시행으로 에너지 위기 직면한 유럽 경제 벼랑으로 몰아" 불만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동맹 유럽 각국은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값싼 러시아 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유럽은 러시아가 가스관을 틀어쥐고 공급을 줄이자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반면 전쟁의 여파로 유럽 경기는 침체에 빠졌지만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의 혜택을 보고 있고 무기 수출도 크게 늘었다.

그리스 노동자들이 치솟는 물가상승에 항의해 24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리스 노동자들이 치솟는 물가상승에 항의해 24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에너지 수출국 미국은 돈방석, 유럽은 에너지 위기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 철저한 보호무역주로 자국의 경제는 보호하면서 동맹국들은 궁지로 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Poilitico)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항하는 전선을 구축한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균열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EU 외교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정책에 대한 유럽 각국 수뇌부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익명의 EU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냉정하게 본다면 이 전쟁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라면서 "미국은 더 많은 천연가스를 비싼 가격에 팔고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미국은 많은 EU 국가에서 여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미국 내 판매가의 4배에 이르는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해 불만이 큰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산 천연가스 가격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일 경제부 장관은 미국 정부가 에너지 가격 안정을 돕기 위해 유럽에 '연대감'을 보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유럽 각국의 무기고는 비어 가고 있다. 결국 이를 다시 채우는 것은 미국산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양측 갈등의 소지가 될 우려가 제기된다.

“IRA로 미국은 동맹국의 등을 찌르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현재까지 152억 달러 규모의 무기와 장비를 제공했고, EU 역시 80억 유로상당의 원조를 했다.

폴리티코는 “누적된 유럽의 불만이 폭발한 결정적 계기는 미국이 IRA를 시행해 유럽 산업계를 벼랑으로 내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럽의 기업활동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으로 기업투자를 싹쓸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동맹국의 등을 찌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EU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EU 각국 장관과 외교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경제정책이 유럽 동맹국에 미칠 영향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데 특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의 친구인 미국이 우리에게 경제적 충격을 주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 각국은 IRA 시행을 계기로 미국과 무역전쟁에 들어갈 가능성을 열어 둔 상황이다. 25일에는 브뤼셀에서 EU 27개국 무역장관이 참석하는 무역분야 회의를 열고 미국에 '동등 대우'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유럽의 공식적 반대에도 IRA와 관련해선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폴리티코는 “IRA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워싱턴은 여전히 우리 동맹인가?”라고 말한 한 EU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갈등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토록 기다려온 서방 동맹국간의 균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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