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EU 수출 기업에 탄소세 부과...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대상
정부, 예외 조처 요구할 듯..."유럽판 IRA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는 안을 도입한다.

세계적인 환경 보호 기조 속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자는 취지이지만, 사실상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한국에 불똥이 또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EU는 집행위원회와 각료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의를 거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탄소 국경세'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제품의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EU 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방식이다.

CBAM 대상 품목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 등이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향후 유기화학 물질과 플라스틱, 자동차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U는 이달 중으로 배출권거래제를 개편하기 위한 추가 논의를 진행한 뒤 CBAM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확정하게 된다. 일단 EU는 내년 10월부터 수출 대상 기업에게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유럽의회의 모하메드 차힘 의원은 "유럽 기후 정책의 중요한 기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CBAM이 탄소중립을 달성할 핵심 톱니바퀴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EU는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U의 대외적인 설명과 달리 수출국들 사이에서는 새 무역장벽이 등장했다는 우려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유럽의회가 발표한 성명에서도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유럽의회는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제도를 설계했다"고 말했지만, CBAM이 낳을 효과에 대해 "EU 외 국가들이 기후 목표를 높일 수 있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U와 동일한 기후 목표를 가진 국가만이 CBAM 인증서를 구매하지 않고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규칙은 EU와 더불어 글로벌 기후 노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CBAM이 본격 시행된다면 국내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한국이 EU에 수출한 철강 규모는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대상 품목으로 떠오른 알루미늄과 시멘트의 수출 규모가 5억달러와 140만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정부의 발걸음은 당분간 바빠질 전망이다. CBAM 적용 면제와 같은 예외 사항을 요구하기 위해 EU 측과 협상을 전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로 주목을 받은 IRA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블록경제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IRA가 끝이 아닐 것"이라며 다른 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와의 인터뷰에서 "CBAM 추진 방식과 관련해 우리 산업계에서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어느 순간 유럽판 IRA처럼 여겨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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