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57)
경마용 말과 번식용 말은 서로 달라
인종도 스포츠에 강한 민족 따로 있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스포츠에서 1등은 늘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그들의 1등의 원천이 어디인지 파악해 보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세계 60억 지구촌의 축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은 정말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종목은 남자 육상 100m레이스이다. 육상의 꽃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 탄환’을 가리는 100미터 달리기이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 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 평론가

육상의 1등, 경마의 1등은 유전자가 다르다

육상이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육상은 모든 스포츠 종목의 기본으로 달리기 능력은 운동선수들이 갖춰야 할 공통적인 필수 요소이다.

이렇게 보면 육상은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일 수도 있다. 또 달리기는 가장 평등한 스포츠이며, 인간체력의 한계를 실험하는 자연 실험장이기도 하다.

펜싱처럼 특별한 도구나 복장이 필요하지 않고 체조처럼 집중적인 지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키라(Abebe Bikila)를 기억한다. `맨발의 기관차` 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당시 신발도 신지 않았으며 코치도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국에서 마라톤 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는 남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평소처럼 달렸을 뿐이다. 그에게 신발은 달리는 데 거추장스러운 도구였다.

스포츠는 이제 과학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만약 이런 이론이라면 과학기술 선진국인 영미권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거리 달리기 종목은 `기록 깨기의 달인` 이라고 할 수 있는 우사인 볼트(Usain Bolt)가 이끄는 자메이카 팀이 휩쓸었다.

카리브 해 연안의 작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히 놀랄 만한 업적이었다. 그러나 자메이카 팀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보츠와나 등 서아프리카 국가와 미국, 자메이카, 그레나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서아프리카계 선수들을 내세운 국가들은 뛰어난 단거리 주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유럽과 아시아 출신 선수들을 합친 수보다도 훨씬 많았다.

같은 종족이라도 생김새와 신체 크기는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체형과 생리적 특징은 그들의 조상이 다양한 환경적 어려움에 적응하며 진화한 결과다. 정책적으로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는 엘리트 스포츠가 그 차이점을 잘 설명해준다.

달리기 종목의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특종 인종에 편중되어 있다. 뉴스위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남자 달리기의 경우 100미터부터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주요 종목의 모든 기록을 아프리카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싹쓸이에 가깝다.

그러면 동물은 어떨까? 숱한 내기와 도박이 걸려있는 경마는 어떨까? 어떤 말이 1등을 할까? 과학자들은 1등 경마는 따로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1등 경마는 바로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금메달을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처럼 말의 금메달도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경마의 1등은 말의 유전자에 달려있다는 연구가 나와다. 마찬가지로 인종에 따라 강하고 약한 스포츠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경마의 1등은 말의 유전자에 달려있다는 연구가 나와다. 마찬가지로 인종에 따라 강하고 약한 스포츠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인종에 따라 강하고 약한 스포츠 따로 있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생물학(Nature Communications: Biology)’ 최근호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경주마에는 특별히 중요한 유전자 세트가 있다.

연구팀은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아라비아(Arabian), 그리고 몽골(Mongolian) 경주마의 게놈을 다른 비교했다.

그들은 이들 말의 근육, 신진대사, 그리고 신경생물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을 정확히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유전자들은 경주마에서 분명히 달랐다. 경주마가 아닌 품종의 말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를 이끈 아일랜드의 더블린 대학(UCD) 말 유전학 전문가인 에멜린 힐(Emmeline Hill) 교수는 "2009년 '스피드 유전자(Speed Gene)'가 발견된 이후, 우리는 수천 마리의 서러브레드와 다른 품종의 말에 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 세트와 성공적인 품종과의 연관이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서러브레드와 아라비안 말에서 두 개의 뛰어난 유전자 성능이 확인되었지만 우리의 연구는 경주용 말과 비경주용 말과 유전자가 어떻게 다른 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수백 년 동안 말 품종들이 개발되었다. 키가 큰 말, 작은 말, 건강한 수레 말, 유용한 승마용 말, 빠른 경주용 말들이 새로 나왔다.

힐 교수는 "우리는 경주용 말들에게 공통적인 유전자 세트를 발견했다. 경주용 품종에는 유리한 유전자 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발견은 경주용 또는 번식용 품종에 가장 적합한 개체를 식별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참여한 데이비드 맥휴(David MacHugh) 교수는 “경마 말들이 갖고 있는 유전자들 중 하나는 근육 수축에 필요한 MYLK2이다. 이 유전자가 경마의 우승을 결정하는 유전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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