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23일 대표이사 후보 자진 사퇴
그동안 연임 의지 내비친 것과는 달라
정치적 외압·사법리스크 등 해석 분분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자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시민 원팀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자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시민 원팀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연임을 포기했다.

앞서 구 대표가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 선정을 위한 복수 심사는 물론 이번 공개경쟁에도 참여하는 등 연임 의지를 밝혀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사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계속되는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백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KT는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KT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KT는 구 대표가 자진 사퇴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구 대표는 주변에 불확실한 지배구조가 이어질수록 KT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사퇴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확정한 KT 이사회가 국민연금과 정부 여당의 ‘셀프 연임’ 비판에 경선 절차를 두 차례 바꾼 상황에서도 구 대표가 연임 의지를 거듭 드러냈던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구 대표는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를 다시 선임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투명성과 객관성이 증진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KT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불식되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경쟁을 통해 사외 후보자를 모집한 결과,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 친(親) 여권인사들이 대거 몰리면서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사외 대표이사 후보자가 코드 인사로 평가된다”며 “공개경쟁 모집 결과가 구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KT 법인이 지난 10일 2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이 구 대표의 연임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준법경영 등 비재무적 가치가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며 “구 대표는 사업적으로 명(明)뿐만 아니라 암(暗)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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