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후보자 면면보니...사외 후보자, 정치권 인사 열전
업계 “국민연금 압박, 낙하산 인사로 비쳐져...투명성 확보해야”

KT가 지난 20일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을 통해 18명의 사외 후보자와 16명의 사내 후보자 총 34명의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지난해 3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KT가 지난 20일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을 통해 18명의 사외 후보자와 16명의 사내 후보자 총 34명의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지난해 3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KT가 공개경쟁 방식으로 다음 대표이사 후보를 모집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선거캠프 및 전 국회의원 출신 등의 인사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KT를 압박한 것이 결국 현 정권의 입맛대로 마음에 드는 인사를 자리에 앉힐려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을 통해 18명의 사외 후보자와 16명의 사내 후보자 총 34명의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KT 사장 선임 과정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은 후보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동네 반장 선거도 아니고 어디있다가 지금에서야 나타난것이냐'며 비아냥 거리고 있다.

당초 KT는 차기 대표이사 선정과 관련해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구현모 대표이사가 지난 2020년 취임과 동시에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KT’를 선언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현모 대표이사 취임 당시 주당 2만원을 밑돌았던 KT 주가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3만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고,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강조하며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주로서 적극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지침을 말한다.

KT는 이와 같은 정치권의 압박에 새 대표이사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지만, 후보자 명단이 공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결국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권 인사가 KT 사장에 선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KT가 공개한 사외 후보자 명단을 보면,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전직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권은희 전 의원은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이력을 앞세워 대표이사 후보경선에 참여했다.

김성태 전 의원은 현재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ICT코리아 추진본부장 겸 IT특보를 맡은 인물이다.

이외에도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 관료출신 인사들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과거 정치권 인사들이 두루 후보로 나서다보니 업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자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용산 내정자가 없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 정부의 입김에 3차례나 바뀐 상황에서 후보자 면면을 볼 때 다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종 후보자가 확정될 때까지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겠다는 게 정치권 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KT새노조도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에 몸담다가 때만 되면 KT 수장 자리에 기웃거리는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예상되는 후보는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 측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앞서 KT 이사회의 깜깜이 경선에서 비롯됐다”며 “낙하산 인사 및 사법리스크 등 KT의 가치를 흔드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진행될 대표이사 경선 과정과 심사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우려가 나오는 것은 국민연금이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역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중립성을 갖고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이러한 우려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낙하산 인사의 본질은 경영에 적격한 사람 대신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인물이 회사의 경영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저희도 우려하고 있다”며 “차후 KT 대표이사의 선임 과정이 절차상으로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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