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원파-유병언 일가 자금거래 추적

[트루스토리] 이기영 기자 = 세월호 침몰 사건이 종교 분파인 ‘구원파’를 겨냥하고 있다.

구원파는 1987년 경기 용인시 공예품공장 ‘오대양’에서 32명이 변사체로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대양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경영진 상당수가 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횡령·배임·탈세 의혹을 정조준하면서 구원파의 과거와 현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된 회사들이 계열사 간 지분이나 영업 관계뿐만 아니라 구원파라는 종교적 구심점으로 엮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구원파로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신용대출 방식으로 청해진 해운 관계사인 트라이곤 코리아에 281억원을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 23일 경기 안성시 기독교복음침례회 센터(일명 금수원)의 이모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또 서울 용산에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사무실에서 회계자료와 헌금 명부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이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의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상무’라고 불리는 이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자금 및 부동산 관리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 경리직원 ㄱ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ㄱ씨를 상대로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세월호 선주사인 청해진해운 관계사들 간의 자금흐름과 이씨의 역할에 대해 추궁했다.

검찰은 현재 유 전 회장의 두 아들과 측근 3인방을 횡령·배임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하고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 ‘7인방’이 수백억 원대의 은닉재산을 보유한 정황도 포착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는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의 헌금과 회사 돈을 몰래 빼돌려 자신의 장남 대균씨와 차남 혁기씨가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을 획득하게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균, 혁기씨는 각각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분을 19.44%씩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 일가가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와 고창완 세모 인천 주안공장 대표 등 유씨의 측근 3명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씨의 비서 출신인 김혜경 대표는 스쿠알렌·화장품을 생산하는 한국제약을 맡으면서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이원아이홀딩스 지분을 6.29% 갖고 있다. 또 고창완 대표가 유 전 회장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사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면서 회삿돈을 빼돌려 유 전 회장에게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측근 ‘7인방’에 대한 전방위 계좌추적도 진행 중이다. 이들의 국내외 은닉재산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셈이다.

7인방은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이사 등을 비롯해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이사, 변기춘(42) 아이원아이홀딩스 대표이사, 송국빈(62) 다판다 대표이사, 황호은(63) 새무리 대표이사, 고창환(67) 세모 대표이사, 이순자(71) 전 한국제약 이사 등이다.

이번에 압수수색이 된 ‘다판다’는 유병언 전 회장이 운영하는 방문판매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다판다’는 화장품·건강식품·전자제품 판매회사로 최대주주인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인 유대균씨가 전체 지분의 32%를 소유하고 있다. 다판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방문판매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2000년에 설립된 다판다는 전국 지점이 57곳에 달하며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기업인 ㈜세모가 제조하는 스쿠알렌, 비타민, 글루코사민 등 건강식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다판다는 강남구 역삼동 일대의 부동산과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의 금남연수원 등 190억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다판다의 지난해 매출액은 430억원이며, 영업익 5억5000만원, 당기순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구원파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회장이 장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1962년에 세운 종교 분파다.

검찰은 오대양 사건 당시 자살한 오대양 대표 박순자 씨가 쓴 170억원의 사채가 유 전 회장 측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구원파를 배후로 의심했으나 수사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유씨를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유씨는 별도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받고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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