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조금 받으면 10년간 中에서 반도체 설비 5% 이상 확장 제한
중국에서 공장 운영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고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서 투자여행을 시작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를 방문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서 투자여행을 시작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를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이 갈등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미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세부 규정에서 중국을 포함한 ‘우려 대상’ 국가에서의 생산과 연구를 상당 부분 제한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공표했다.

반도체 기업들로서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지, 아니면 중국 내 사업 역량을 계속 확대해나갈지 결정해야 한다. 향후 반도체 시장 상황을 포함해 다양한 분석이 수반된 판단이라 간단치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이번 보조금 규제는 이미 중국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대만의 TSMC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공장의 생산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쑤저우에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칩 제조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인수하며 중국 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TSMC도 난징과 상하이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16%,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2%를 차지할 만큼 자사 생산량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다롄 공장도 글로벌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6%에 달한다. TSMC의 상하이와 난징 공장 생산량도 이 회사 전체 반도체의 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리서치업체 트렌드포스 자료 참조)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은 이들 기업에게 쉽지 않은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WSJ는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의 관련 정부 기관들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며 “보조금 세부 사항에 관한 검토를 마친 뒤 다음 스텝을 정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제공=로이터]
[삼성전자 제공=로이터]

최근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서며 텍사스 일대에 향후 최대 2000억달러 투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내 사업 확장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경제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에서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놔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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