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마이크론 조사로 선전포고..."한국에도 경고 신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분쟁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규제와 연합전선을 앞세워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자, 중국도 마이크론을 볼모로 잡고 반격 태세를 갖췄다.

이러한 분위기 속 국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과 SK는 마이크론과 함께 '메모리 삼총사'로 불리고 있는 만큼,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크론이 미중 십중 포화에 휘말렸다"며 "중국이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에서 처음으로 반격을 시작했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미국 마이크론의 중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심사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 관련 부서가 법률과 법규에 따라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터넷 제품에 대해 보안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관리감독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나왔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조처를 취했고, 최근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 장치) 조항을 통해 자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 능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반도체 강국에게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을 뺀 반도체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의 마이크론 조사가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기업에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 '집단 따돌림', '위호작창(나쁜 사람의 앞잡이)' 등의 단어를 쓰며 미국의 행보가 세계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주장도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 외교라인의 최고위 인사로 꼽히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 2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만나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일본의 일부 세력이 미국의 잘못된 대중국 정책을 추종하고 있다"며 "중국의 핵심 이익 문제에서 중국에 먹칠을 하고 도발을 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젠 네덜란드 주재 중국 대사 또한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해 "중국은 이것을 참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분쟁이 불거지자 국내에서는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미중 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외줄타기'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마이크론 조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 등 이웃 국가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과 더불어 메모리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다음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대만과 함께 미국 주도의 '칩4'의 일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칩4는 사실상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로 세워진 협의체로 알려져, 중국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중국의 압박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으면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미중 싸움이 우리 기업에게도 위협을 가하는 것이 사실인 만큼, 안심하거나 확대 해석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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