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64)
알츠하이머병 진단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더 많아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남자보다 훨씬 더 예민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가히 스트레스의 시대다. 스트레스가 없는 직장이 없으며, 스트레스를 호소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스트레스 전성시대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약 2배 더 높다고 한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나이가 크게 작용한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자보다 길기 때문에 노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여성이 알츠하이머병 진단 확률 2배 높아

미국의 경우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5살에서 6살 더 오래 산다. 우리의 경우 남녀 통틀어 평균 수명은 83.5세다. 남자는 80.5세, 여자는 6년이 많은 86.4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노령은 알츠하이머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소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다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전문 과학자들은 여성들이 치매와 같은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이 계속 높아지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그러한 이유 가운데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 의과대학의 연구원들에 의한 최근 연구는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다.

결론은 이렇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라는 단백질의 수치가 남성보다 여성의 뇌에서 훨씬 더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수컷 쥐가 아닌 암컷 쥐의 뇌 세포에서 이 단백질의 활동적인 분자 경로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것이 스트레스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설명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5월 2일(현지시간)자 학술지 ‘브레인(Brain)’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성의 차이가 건강과 질병에 중요하다는 주장에 탄력을 실어준다.

과학자들은 암에서 심장병, 관절염에 이르기까지 만성 질환에 만성질환에 대한 반응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워싱턴 의과대학의 정신의학자 컬라 M. 유데(Carla M. Yuede) 박사는 "여성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남성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차이점에 대한 연구는 알츠하이머병만이 아니라 다른 조건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연구 분야”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여성이 훨씬 더 예민해… 치매가 더 많은 이유

유데 교수는 이어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최근 의학적 접근에서 성별 차이에 대한 이해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스트레스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이 연구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을 낮추는 측면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연구팀은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알아냈을까?

연구팀은 우선 쥐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8시간 전부터 22시간 동안 쥐들의 뇌에서 알츠하이머의 핵심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수준을 측정했다.

그러나 수컷과 암컷 쥐 모두 똑같이 스트레스 압력을 주었으나 그들의 뇌에서 작용하는 반응은 서로 크게 달랐다.

암컷 쥐의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는 처음 두 시간 내에 크게 상승했고, 모니터링 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수컷 쥐의 경우, 뇌 아밀로이드 수치가 전체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중 약 20%만이 아밀로이드 수치가 지연되어 늦게 나타나거나 약한 상승을 보였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이러한 아밀로이드의 차이는 뇌 세포의 세포 스트레스 반응 경로로 귀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코트로핀(corticotropin) 방출 인자로 알려진 호르몬 배출을 유발한다. 암컷 쥐의 뉴런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흡수하여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수준을 증가시키는 일련의 사건을 촉발한다.

대조적으로, 수컷 쥐의 뉴런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흡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연구팀은 쥐와 사람 모두에서 세포 수준에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법에는 수컷과 암컷 사이에 근본적인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스트레스가 알츠하이머병의 성별 차이를 유발하는 유일한 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르몬, 생활 습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른 질병들과 같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분명히 어떤 식으로 든 간에 그 이유가 다른 많은 다른 차이점들이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래도 연구팀은 그 스트레스가 성별 차이의 한 측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여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에 의한 알츠하이머가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이 예민해 분노와 적개심이 더 높다. [사진=픽사베이]
여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에 의한 알츠하이머가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이 예민해 분노와 적개심이 더 높다. [사진=픽사베이]

스트레스에 의한 분노와 적개심, 여성이 훨씬 강해

스트레스는 우울증 및 사회적 고립과 같은 요인과 함께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의 약 8%를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위험 요인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그러한 위험을 계산하는데 있어서 성별을 고려하지 않았다.

여성은 지속적으로 남성보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보고하고 있으며, 스트레스는 심혈관 건강, 면역 반응 및 기타 문제와 같은 많은 면에서 남성과 다르게 여성의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왜 여성은 스트레스에 의한 치매에 취약할까? 어떻게 보면 치매에 앞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에서도 마찬 가지다.

수년 전 미국 유타 대학에서 남녀 성 관계 연구 전문가인 낸시 헨리(Nancy Henry) 교수의 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적개심이 남녀에게 다르게 나타나며, 이는 대사증후군으로 연결돼 심장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더 많이 야기시킬 수 있다”

헨리 교수는 “이러한 증후군은 남편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 데 비해 아내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헨리 박사는 “그러한 이유는 여성이 남자보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면서 결혼생활은 여성의 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경우 스트레스에 따른 심장질환은 남녀 할 것 없이 사망 이유 가운데 암 사망을 넘어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쨌든 수백만 년에 걸쳐 인간이 진화하는 동안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증오와 분노, 그리고 질투로 인한 감정적 스트레스, 그로 인한 심장병, 그리고 이제 치매의 증가는 여성이 받아야 할 전생의 업보인지도 모른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남편과 가족의 따뜻한 손길과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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