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스키, 희석 많이 하면 본래 향 사라지고 다른 향이 나와
전문가들 희석 비율 20%까지는 위스키 구별… 그 이상 되면 구별 못해
원액 알코올 분자와 물 분자의 교묘한 배합... 위스키 맛 결정

위스키는 원액의 알코올 분자와 물 분자 사이의 교묘한 배합이 그 독특한 맛을 결정한다. 물 첨가 비율이 20%를 넘으면 위스키의 맛은 사라진다. [사진=Washingto State University]
위스키는 원액의 알코올 분자와 물 분자 사이의 교묘한 배합이 그 독특한 맛을 결정한다. 물 첨가 비율이 20%를 넘으면 위스키의 맛은 사라진다. [사진=Washingto State University]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물론 물을 타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위스키를 마실 때는 물을 타서 마신다. 소위 얼음을 타는 ‘온더 락스(on the rocks)’가 그것이다.

혹자는 발음이 비슷해 ‘언더락스(under rocks)’로 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바위(얼음) 위에 부은 위스키라는 뜻이 된다.

그러면 물을 어느 정도 타서 희석해 마시는 것이 위스키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을 조금만 첨가하는 것이 위스키의 진짜 풍미를 "발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 선 이내에서 위스키를 즐겨야 제 맛

그러나 워싱턴 주립대학(WSU)이 주도하는 한 연구에 따르면 위스키에 섞는 물의 비중이 가장 적정 지점은 바로 20%일 때다.

학술지 ‘푸즈(Foods)’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팀은 버본, 레스, 아일랜드 위스키와 단일 맥아와 혼합 스카치를 포함한 25개 위스키 세트의 휘발성 화합물이 물의 첨가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화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들은 또한 훈련된 참가자들(패널)로 하여금 위스키 6개, 스카치 3개, 부르봉 3개를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두 실험 모두 물을 조금 더 첨가하면 위스키의 냄새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물의 비율이 20%가 넘으면 위스키 본연의 향을 느낄 수 없었다.

연구를 이끈 WSU의 양조학 전문가인 톰 콜린스(Tom Collins) 교수는 냄새와 맛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만약 여러분이 특정한 위스키를 즐기고 싶다면, 위스키를 20% 이상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콜린스 교수는 "20%를 넘어 그 이상을 희석시킬 경우 위스키는 더 이상 고유의 향을 낼 수 없다"며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20%의 비율을 넘어서면 꼭 같은 향과 꼭 같은 맛이 돼 버린다는 지적이다.

20% 넘으면, 30%든 40%든 똑 같은 맛

연구팀에 따르면 100% 위스키에서 패널들은 모든 위스키를 서로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과 위스키 비율이 80/20까지만 하더라도 패널들은 각 그룹 내에서 위스키를 구별할 수 있었지만, 물이 더 추가된 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맛이 변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위스키는 친수성(hydrophilic)과 소수성(hydrophobic), 즉 물에 끌리는 화합물과 물이 거부하는 화합물의 혼합물이다. 물을 첨가하면 위스키의 소수성 화합물과 친수성 화합물이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액체의 향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많은 스카치 위스키들은 스모키 한 "피트(peat)" 향으로 시작했지만, 희석되면서 "포메(pome)”로 알려진 과일 향으로 이동했다.

콜린스 교수는 “스모키한 아로마와 관련된 화합물은 소멸되고, 대신 과일 향과 관련된 화합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위스키를 마실 때 물(얼음)을 타서 희석시켜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바로 위스키 맛의 비밀이 담겨 있다.

보모어(Bowmore) 위스키의 수석 블렌더인 칼럼 프레이저(Calum Fraser)는 "위스키는 알코올 분자, 물 분자, 그리고 특정 성분으로 배열된 다양한 맛의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러나 물이 첨가되고 알코올 도수가 바뀌면, 화합물과 분자의 구성이 서로 상대적으로 바뀌며, 이는 결국 맛의 프로파일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그것은 특정 위스키 안에 존재하는 풍미 화합물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이다. 이 맛과 향은 증류주가 어떻게 여과되는 지에서부터 통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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