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최소화, 업무 효율은 최고 추구하는 실용주의
'우리 LG가 달라졌어요'

 LG 구광모 대표는 ‘2023년은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의 해’라며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 되어 고객감동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LG홈페이지]
 LG 구광모 대표는 ‘2023년은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의 해’라며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 되어 고객감동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LG홈페이지]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 ‘회장님이 아니라 대표로 불러주세요. 그리고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불필요하게 여러 명이 수행하는 의전은 가급적 사양합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통상 연상되는 재벌 4세 답지않다. 지나친 격식과 권위의식은 절대 사절이다. 그래서인지 LG가 외부에 구 회장을 지칭할 때는 꼭 ‘대표’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외부 행사에도 눈에 띄지 않게 최소한의 인원만이 수행하는 모습이다.

의전은 최소화, 대신 업무 효율은 최고를 추구하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적 경영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럽게 뭔가를 일부러 알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구 회장의 동정 기사는 미디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구 회장의 LG화학 청주공장 방문을 놓고 ‘계열사까지 챙기는 구 회장의 움직임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마치 배경이 있는 듯 보도한 언론의 입방아도 말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의 억지해석에 불과하다.

겉으로 보여지는 보여지는 외모와 풍기는 느낌은 '범생'이 스타일이지만 몸 관리 및 체력단련 등에 신경쓰고 관심이 많은 등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는 평이다.

다음달 6월 29일은 구광모 대표가 LG그룹 회장에 취임한지 만 5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가 그러하듯 5년이라는 세월은 길지도 그렇다고 결코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지난 5년 동안 이 땅에서 벌어진 갈등과 분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만큼 리더가 조직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구본무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졸지에 회장 자리에 오른 구광모 LG호의 지난 5년은 어땠을까?

인터넷 세상, 5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10년이면 천지가 개벽하는 시대, 당연히 LG그룹은 체질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 그에 따른 LG그룹의 문화와 이미지도 달라진 게 분명하며 그 평가에 인색할 이유도 없다.

실제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비약적인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가장 눈에 띄는 대표적인 변화는 LG의 ‘체질 개선’정도가 아니라 ‘유전자 개조’ 수준의 변신이다.

이는 선대 구본무 회장의 온화함과 너그러움과는 결이 다른 '안과접 되확밀(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되는 사업은 확실히 밀고)', 단호함과 결단력의 결과다.

구 회장은 지난 2021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무려 26년 만에 접는 결단을 내렸다. 또 2022년엔 태양광 패널 사업도 종료했다.

포기도 최고 결정권자에게는 고독한 결단이다. 특히 선대 회장이 시작한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과 아픔이다.

덕분에 삼성이 LG와의 비교를 기분나빠할 만큼 가전분야에서 만년 2위였던 ‘LG전자가 달라졌어요’다. LG전자는 더 이상 가전업체가 아니라 이제는 전장(전자장비)업체라는 사실이다.

한때(응답하라 1988년대) LG전자는 가전제품 시장에서 6:3:1(LG, 삼성, 대우 순)의 비중으로 시장 점유율에서 선두를 유지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투자와 기술력, 디자인, A/S 등에서 삼성에게 추월을 허용하면서 에어콘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LG전자는 2위로 밀려났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 제품을 연달아 선보였고,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한 성과는 과거의 LG전자가 더 이상 아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LG전자는 무려 14년 3개월 만에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LG전자는 1조497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삼성전자는 6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구 회장은  LG화학의 LCD사업매각, LGCNS 지분매각, 서브원 MRO매각, 베이징 LG트윈타워 매각 등을 통해 약 5조원의 현금을 마련, 미래먹거리 사업을 위해 글로벌기업과의 합작을 추진했다.

이와함께 2차전지, 화학 등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LG그룹의 '체질 개조'를 진행중이다. 최근 3년간 LG그룹의 상장사 총 매출액은 2020년 139.2조원에서 2021년 175.6조원, 2022년에는 190.2조원으로 급증했다.

가전제품·통신·화학이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전장사업과 배터리 등의 신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밀고 당기고 한 덕분이다.

특히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4대 그룹 가운데 시가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도 LG그룹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2일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자산총액 기준) 상장사 59곳의 최근 1년 시가총액 증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LG그룹의 시총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LG그룹 상장사의 시총은 2022년 209.5조원에서 2023년 235.2조원으로 16% 증가하면서 SK룹을 제치고 국내 재벌그룹 시총 2위에 다시 복귀했다.

이 같은 실적 덕분인지 줄곧 중하위원에 머물던 ‘서울의 자존심 LG 트윈스’ 야구단도 2019년부터 3.4위 상위 그룹에 안정적으로 자리하면서 아쉬운대로 열성 서울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구 회장의 리더십은 미래 먹거리를 겨냥한 그룹 경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투자 규모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결국 안건너는' 과거의 LG 수준이 아니다.구 회장은 오는 2026년까지 5개 분야에 무려 173조원의 '통큰 투자'를 결정했다.

기존 주력 사업외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있는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적극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LG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그룹의 체질 개조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AI 분야에서만 앞으로 5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 및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초거대 AI를 통해 계열사의 난제 해결을 돕는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LG화학은 혁신신약 연구와 더불어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M&A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첨단 바이오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그 일환으로 LG화학은 올 1월 미국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또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등 클린테크 분야에 5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중요도가 상승하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업체와 협력하고, 관련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와함께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구 회장의 ‘고객 경험 혁신’도 매년 진화하고 있다.

‘고객 가치 경영’을 화두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강조하면서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구회장의 이 같은 ‘고객가치 경영’은 글로벌 경영환경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평가된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LG만의 고객가치’는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 3가지로 정의된다.

구 회장은 고객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다. 이어 고객 초세분화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자고 강조한다.

특히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LG만의 ‘고객가치 경영’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는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 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구 회장의  이같은 고객가치 경영은 결국 '지속가능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페달을 계속 밟아야 자전거가 굴러가듯 기업은 수익을 내고 계속 성장해야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긴박한 무한경쟁의 시대, ‘졸면 죽는다’는 자세로 경쟁사와의 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고객가치 경영도 지속가능하다.

구 회장은 잇따른 현장 경영과 적극적인 행보를 거듭하며 그립을 강하게 잡고 전투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이런저런 이슈들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때 일수록 가족들이나 임직원들이 구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때라고 판단된다.

경영환경 악화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5년, 경영성과와 고객가치 경영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구 회장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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