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기 낚시는 실력이다

백조기
백조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우럭, 민어, 농어 배낚시를 다니다 보면 가끔 수십 년 경력의 낚시꾼보다 초보 조사가 더 조황이 좋을 때가 있음을 본다. 이른바 그날 그날의 복불복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럭의 경우 어느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조과 차이가 많을 때가 있다. 추첨으로 맨 뒷자리에 배정받았다가 하루 동안 거의 입질 한 번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침선이나 어초같이 정밀한 포인트 낚시에서는 그런 경우가 자주 있다. 배는 크고 포인트는 협소하기에 선장으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서해안의 주꾸미나 갑오징어 낚시는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쉬운 낚시지만, 실력 차이가 매우 엄격하게 드러난다. 오늘 김조사가 100마리 잡고, 박조사가 80마리 잡았다면. 그 다음에 가도 거의 비슷한 차이가 난다. 이는 골프하고도 거의 흡사하다. 

 백조기 낚시도 그렇다. 같은 배를 타고서도 초보와 경력자의 실력 차이가 현저히 드러난다. 백조기 낚시는 쉬운 낚시기에 대충해도 많이 잡는데 뭘 그렇게까지 정색을 해서 잡으려 하는가,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알고 잡으면 그 기쁨이 배가된다. 흔히 백조기 낚시에서 긴 철사가 있는 편대채비를 사용하여 쌍걸이를 하면 잘 잡는 줄 안다. 하나 쌍걸이를 잡았다는 것은 백조기 초보를 자임하는 셈이다. 입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니 쌍걸이를 한다고 봐야 한다. 백조기 낚시의 ABC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1. 채비

  낚싯대와 릴: 낚싯대는 160cm정도의 짧은 대가 좋다. 갑오징어대나 광어대, 문어대가 좋다. 가벼운 경질대가 대처하기에 좋다. 연질의 주꾸미대는 좋지 않다. 추부하가 30-40호 정도인 갑오징어대면 매우 이상적이다. 릴은 베이트릴에 합사 1호를 감는 게 좋다. 

 합사 1호에 나일론 4호 정도의 쇼크리더를 1m 정도 연결한다(쇼크리더 매듭법은 유튜버에서 배워라. FG노트가 가장 좋다). 이어 쇼크리더에 삼각도래나 T형 삼각도래를 직결한다. 도래 한쪽은 봉돌, 나머지 하나에 바늘을 단다. 봉돌을 다는 쪽 끝에 맨도래를 달고 봉돌을 단다.(아래 개념도를 참조할 것.)

삼각도래는 어떤 제품도 좋다. 매듭의 긑은 잘라 정리한다. 바늘이 꼬이면 목줄을 교체한다. 
삼각도래는 어떤 제품도 좋다. 매듭의 긑은 잘라 정리한다. 바늘이 꼬이면 목줄을 교체한다. 

 이렇게 자작 채비를 만들면 밑걸림이 생겼을 때 대개는 바늘이 터지게 되어 있으므로 바늘만 교체하면 된다. 바늘은 세이코 바늘 20호가 적당하다(세이코는 농어 새끼를 뜻하는 일본어다).

시중에 파는 묶음 바늘을 사용해도 되고 묶어서 사용해도 된다.

 이 채비를 사용하면 백조기의 미세한 입질도 바로 파악이 된다. 따라서 후킹 획률이 매우 높아진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약 90%는 후킹할 수 있다. 즉 입질을 열 번 받으면 9마리는 잡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채비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확한 입질 파악을 통한 조과 상승, 둘째 미끼 소모 방지, 셋째 경비 절약.

만약 이런 채비를 만들어 사용하기 어렵다면, 낚시가게에서 파는 편대채비를 사용하겠다면, 아래 바늘을 과감히 잘라 버리는 게 좋다. 그렇게 해야 더 많이 잡고 더 잘 잡게 된다. 

2. 미끼달기와 챔질법

 갯지렁이는 입쪽에 끼워서 바늘을 감싸듯이 해서 밀어 올린다. 갯지렁이 끝은 버려도 되고 버리지 않아도 된다. 긴 갯지렁이를 그냥 달면 입질이 훨씬 빨리 오지만 그냥 끝만 따먹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고기가 또 입질을 하게 되어 있다. 조금 기다리거나 들었다 놓거나 슬쩍 들어 올리거나 하면 다시 입질을 한다.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그날의 패턴을 파악하여야 한다.  

 입질을 하면 느끼는 순간 챔질을 하고 쭉 들어 올린다. 이게 백조기 낚시에서 가장 중요하다. 입질이 오면 바로 채서 올려라. 입질이 오면 반사적으로 챔질을 하여 쭉 뽑아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조과가 결정된다. 초보와 배테랑의 차이가 여기에서 결정난다. 바늘 두 개를 사용한다고 해서 두 바늘 동시에 입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바늘 채비를 사용한다고 해서 절대로 한 바늘 채비의 조과를 능가할 수 없다. 백조기 낚시에서는 두 바늘이 외바늘을 절대 못 이긴다. 배에서 초보 조사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쌍걸이 욕심 때문에 두 바늘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외바늘을 사용할 때 백조기 낚시의 새로운 경지가 열린다.

 입질을 감지하는 그 찰라 쭉 뽑아들고 그때 고기의 저항을 느끼는 순간이 백조기 낚시의 최고 매력 포인트다. 물었는 것 같아 한참 있다가 올리니 두 마리가 달려 있다고 하면, 백조기 낚시의 매력을 90%는 놓치는 셈이다. 챔질을 하고 조금 빨리 감으면 계속 백조기 특유의 파르르 떠는 저항감이 있다. 그 저항감을 느끼는 게, 즉 손맛을 보는 게 백조기 낚시의 두 번째 매력이다.

 우럭 낚시를 하다보면 노래미가 잡힐 때가 있다. 그 노래미 느낌과 흡사하지만, 그것과는 좀더 다른 백조기 특유의 저항 패턴이 있다. 씨알이 좀 크거나 부세조기라도 잡히면 민어나 농어처럼 처박기도 한다. 드랙을 조금 풀어 놓아 세게 챔질을 하면 릴에서 ‘찍’하는 소리가 나는 정도로 조정해 놓으면 된다. 

 미끼는 바늘에 조금 남아 있을 때까지 계속 사용해도 된다. 잡힐 때 부지런히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미끼가 조금 남아 있으면 갈아야 할 이유가 없다. 조금만 붙어 있어도 백조기는 입질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물이 서거나 하여 입질이 뜸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통째로 꿰어 입질을 유도하는 게 좋다. 잘 잡혀서 바쁠 때는 미끼를 계속 사용하고, 안 잡힐 때는 미끼를 자주 갈아 길게 만들어 고기를 유혹한다. 이게 미끼 운용의 방법이다.

3.백조기 손질법 

 백조기 낚시가 잡는 재미에 비해 인기가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기 맛이 덜하다. 둘째 손질이 귀찮다. 셋째 한여름 낚시라 덥다.

 백조기 낚시를 다니다 보면 잡는 데 정신이 없어 물칸에 그냥 방치해 두었다가 낚시가 끝나고 아이스박스에 넣고 소금을 뿌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게 집으로 가져가면 절대 환영받지 못한다. 냄새가 나고 비늘은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그러니 백조기 낚시 간다 하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벡조기 낚시를 갈 때는 얼음을 넉넉히 준비해 가야 한다. 얼음보다는 아이스팩이나 2리터 생수 두 개 이상을 얼려 가는 게 좋다. 고기를 잡아 물칸에 배를 뒤집고 아가미 호흡을 하지 않으면 비늘을 벗기고 아이스박스에 일단 고기를 담아라.  

 백조기는 비늘을 잘 벗겨야 한다. 요즘은 배에서 세척 망자루에 담아 한 5분 끌고 다니면 깨끗하게 되는 방법이 널리 퍼져, 백조기 낚싯배에는 거의 다 세척 망자루가 구비되어 있다.   

 비늘이 보숭보숭 다 벗겨졌으면 면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아가미에 손을 집어 넣어 반대쪽 아가미를 검쳐 잡고 쭉 뽑아라. 그때 한쪽 손가락으로는 고기 배를 쭉 누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장과 아가미 양쪽이 한꺼번에 딸려 나온다. 몇 번만 해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내장을 제거해야 냄새도 없고 고기도 신선하다. 이렇게 손질한 고기를 물통에서 한 번 행궈 아이스박스에 담아 놓는다. 

 하루 낚시에 세 번 정도 잠시 낚시를 쉬면서 고기 손질을 하라. 

 낚시가 끝나고 입항하기 전에 손질한 고기를 바닥에 다 쏟고 쿨러에 차근차근 가지런히 담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큰 고기부터 담는 것이다. 큰 고기 한줄 되면 소금 뿌리고, 또 한 줄 되면 소금 뿌리고, 이렇게 해서 차곡차곡 끝까지 한 다음에 위에 아이스팩이나 생수 얼음통을 놓는다. 이렇게 하면 고기에서 체액이 빠져 나오면서 위에 작은 것은 적당하게 염장이 되고 아래 큰 것은 체액과 일부 바닷물과 소금이 섞여 간이 역시 적당하게 된다. 즉 모든 고기가 적당한 간이 된다. 소금을 얼마나 뿌려야 하는가, 하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해보아야 알 수 있다. 만약 구워 먹어 보고 너무 짜면 쌀뜨물에 좀 담궈 둔다. 아주 짜면 두어 시간, 덜 짜면 30분 정도. 만약 싱거우면 소금간을 좀 더 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내장을 배에서 제거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귀찮더라도 반드시 내장을 배에서 제거할 것.  

아이스밖스에 크기대로 차근차근 쌓으면서 한켜한켜 소금을 뿌린다. 큰 비밀봉지를 사용해도 된다.
아이스밖스에 크기대로 차근차근 쌓으면서 한켜한켜 소금을 뿌린다. 큰 비밀봉지를 사용해도 된다.

 서너 시간후 집에 도착하여 꺼내어 몇 마리씩 소분하여 포장하거나 지퍼백에 담아 냉장 혹은 냉동하면 누구를 주어도 좋고 두고두고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 만약 그 다음날 소분을 하려면 얼음을 보충해야 한다.  

소금을 뿌리기 힘들기 때문에 통에 구멍을 뚫어 소금뿌리기 통을 만들어 사용하면 소금을 편리하게 뿌릴 수 있다. 고양이 북어 트릿 통을 재활용하여 위에 구멍을 뚫었다.. 
소금을 뿌리기 힘들기 때문에 통에 구멍을 뚫어 소금뿌리기 통을 만들어 사용하면 소금을 편리하게 뿌릴 수 있다. 고양이 북어 트릿 통을 재활용하여 위에 구멍을 뚫었다.. 

4. 백조기 요리법

  이렇게 손질한 백조기는 바로 후라이팬에 기름을 좀 두르고 구워 먹는 게 제일 간편하다. 밀가루나 튀김가루 옷을 입혀 튀겨도 좋다. 고등어조림처럼 해 먹어도 좋다. 35cm 이상 되는 큰 백조기는 회로 먹어도 좋다.  

백조기 회. 껍질을 벗기기(오로시)가 어렵다. 섬세하게 잘드는 회칼을 해야한다.
백조기 회. 껍질을 벗기기(오로시)가 어렵다. 섬세하게 잘드는 회칼을 해야한다.
  원산도와 보령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원산도와 보령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이날의 서해 백조기배
이날의 서해 백조기배
낚시하기 편한 오천항 밥말리호
낚시하기 편한 오천항 밥말리호
낚시에 빠진 꾼들
낚시에 빠진 꾼들
손질후 백조기 포장. 요즘은 가정용 진공포장기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손질후 백조기 포장. 요즘은 가정용 진공포장기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냉동해 두고두고 먹거나 나누어 먹는다. 큰 것부터 나누니 결국 낚시꾼은 잔챙이를 먹는다. 
냉동해 두고두고 먹거나 나누어 먹는다. 큰 것부터 나누니 결국 낚시꾼은 잔챙이를 먹는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