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인간은 불행했지만 야생동물들은 행복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봉쇄 기간 인간과 동물은 서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삶의 시간을 보냈다.

인류를 덮친 최대 감염병 코로나19 팬데믹 봉쇄가 시작되면서 인간의 행동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육상 포유류의 행동에도 극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내용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의 생태학자 말리 터커(Marlee Tucker) 교수가 이끄는 대규모 국제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의 주요 핵심이다.

인간 행동의 작은 변화,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은 커

이 연구에 따르면 야생 포유류는 엄격한 봉쇄 기간 동안 더 먼 거리를 이동했고, 또 인간이 만들어 사용하는 도로에 더 가까이 근접하면서 활동했다.

터커 교수를 포함한 174명의 동료들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추적장치를 조사한 육지 포유류의 글로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곰과 사슴, 코끼리 등 육상 포유류 40여종 2300마리를 대상으로 GPS를 추적해 이러한 현상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팬데믹이 선언됐던 지난 2020년 전 세계 동물 중 상당수가 기존보다 더 멀리 이동하는가 하면, 편안하게 활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원들은 2020년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첫 번째 봉쇄 기간 동안 포유류의 움직임과 전년도 같은 달 동안의 움직임을 비교했다.

터커 교수는 "우리는 엄격한 봉쇄 기간 동안 동물들이 봉쇄가 없었던 전년도보다 10일 동안 최대 73% 더 긴 거리를 이동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는 또한 동물들이 전년도보다 평균 36% 더 도로에 가깝게 접근했다는 것으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이유에 대해 “이는 아마도 엄격한 봉쇄 기간 동안 그 도로가 더 조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포유류 2300마리 대상, 이동거리 73% 늘어

터커 교수는 그는 “코로나19 첫 봉쇄 기간 동안 언론들은 자연이 회복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예를 들어 푸마의 일종인 쿠거들(cougars)이 칠레 산티아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말했다.

겁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의 불곰은 닭장을 기습하고 쓰레기통을 약탈하는 등 대담한 행동 양상을 띠었다.

캘리포니아 퓨마 역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봉쇄 당시 도심에 더욱 가까이 접근했고, 거리 한복판을 활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터커 교수는 “우리가 동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놀라운 것은 인간 행동의 작은 변화가 야생동물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엄격한 봉쇄 기간 동안 외부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더 적었고, 동물들에게는 새로운 지역을 탐험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터커 교수는 “코로나 봉쇄는 인간 행동의 급격한 변화가 야생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의 연구는 동물이 인간 행동 변화에 직접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원칙적으로 우리 자신의 행동을 약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동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한다”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