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그룹 종목들에 관련 신용대출 제공 중
삼성, 신한, 한투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 비슷한 움직임 보여
수급 쏠림에 변동성 확대 시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 가능성↑

에코프로 그룹에 대한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 신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대형 증권사들이 이자수익 창출을 목표로 신용대출 제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에코프로 그룹에 대한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 신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대형 증권사들이 이자수익 창출을 목표로 신용대출 제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차전지 투자 열풍에 일부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에코프로 형제’(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에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수익 창출을 목표로 앞 다퉈 신용대출 제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 종가 기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이 코스닥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5%와 6.8% 수준이었다.

단 2개의 종목이 코스닥지수의 15% 이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지수는 에코프로가 장중 150만원 돌파 후 급락했던 7월 26일에 무려 4.2%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신용거래를 통한 ‘묻지마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잔고가 약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20조원을 돌파 한 후 SG증권발 폭락 사태(이하 SG사태)로 한동안 감소세였던 신용거래잔고는 최근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급등하면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투자 전문가는 “주가의 상승을 기대하고 신용융자를 통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책임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PER이 800배가 넘어가는 종목이 생기는 등 투자 분위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투자자의 손실은 접어두고 대출에만 열을 올리는 증권사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증권사들이 이자수익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으나, 에코프로에 개미투자자들의 매수가 쏠리고 있는 현상은 증권사들의 신용대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 중 에코프로 그룹에 대해 신용대출을 제공하는 증권사는 7개에 달한다.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가나다 순) 등 3곳만 에코프로 그룹에 대한 신용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4일 기준 SG사태 당시 8개 종목 CFD로 인해 발생한 증권사 미수채권은 25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CFD 잔고가 많았던 키움증권 등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코프로 그룹의 시가총액은 67조원으로 SG사태 당시 8개 종목의 시총(12조원)의 6배 수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 그룹 종목들의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SG사태 이상의 시장 혼란은 물론이고, 개인 투자자들과 증권사의 손실이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25일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장중 19%이상 상승하다 -12%까지 급락하는 등 하루에도 30% 이상 위아래로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시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신용대출을 통해 단기에 급등한 주가인 만큼 변동성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특히 SG사태 8종목에 집중 투자하던 주요 투자자들이 라덕연 씨 일당에 투자를 일임했던 소수에 한정됐지만, 최근 에코프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수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황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이차전지 관련 종목 급등 현상에 따른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증권은 MTS 내 우수고객 전용 서비스인 ‘S.Lounge’를 통해 제공되던 국내 주식 종목에 대한 순위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의 추격매수 가능성을 막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선제적인 투자자 보호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개인 투자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에코프로 3개사에 대해 리포트 발간을 포기할 만큼 주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해당 종목에 신용을 제공하며 이자장사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증시의 주요주체로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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