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노예들이 미국에서 대규모 소 목축 방법 가르쳐
콜롬버스 도착 이전만 해도 소는 없었다… 유럽에서 수입이 정설
그러나 일부 소는 유럽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혈통… 아프리카에서 직수입

최근 DNA 분석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카우보이는 노예 선박에 소와 같이 실려온 아프리카 목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Oklahoma Historical Society]
최근 DNA 분석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카우보이는 노예 선박에 소와 같이 실려온 아프리카 목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Oklahoma Historical Society]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최근 DNA 분석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카우보이는 노예 선박에 소와 같이 실려온 아프리카 목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다.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는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들이 그들의 고향에서 배운 소치는 법을 아메리카에 전파해 가축 목장이 번성하도록 도왔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옛 소 샘플의 뼈와 이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대규모 소 목축에 아프리카 흑인들이 크게 기여해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이전만 해도 아메리카 대륙에는 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콜럼버스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을 포함하는 카리브 해의 큰 섬인 히스파니올라에 스페인 식민지를 세우면서 소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을 데리고 왔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아메리카 대륙의 소는 스페인 식민지인 아프리카 해안의 카나리아 제도에서 온 유럽 혈통이라고 주장해 왔다.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소들은 빠르게 번식했고 그들의 자손은 멕시코, 파나마, 콜롬비아와 같은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DNA 연구는 이러한 전통적인 이해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소들 가운데 일부는 노예선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직접 수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의 박사후 연구원이자 동물원 고고학 전문인 니콜라스 델솔(Nicolas Delsol)이 이끄는 연구팀은 16~18세기의 5개 고고학 유적지에서 소 21마리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는 지난 8월 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돼 관련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티의 푸에르토 레알(Puerto Real) 현장에서 채취된 1500~1550년 사이의 소 샘플 21개 가운데 7마리는 전통적인 학설과 일치하는 소와 비슷한 모계 DNA를 갖고 있었다. 그 소들의 기원은 유럽과 광범위하게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동물 고고학 전문가인 타냐 페레스 교수는 아프리카 노예 목동들이 미국의 대규모 소 목축 산업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Florida State University]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동물 고고학 전문가인 타냐 페레스 교수는 아프리카 노예 목동들이 미국의 대규모 소 목축 산업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Florida State University]

일부 소는 유럽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혈통… 아프리카에서 직수입

그러나 멕시코의 벨라스 아르테스(Bellas Artes)라는 유적지에서 나온 한 표본은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혈통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미국 대륙의 일부 소가 17세기 전반 아프리카에서 직접 수입되었음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델솔은 라이브 사이언스에 "이번 발견은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제 역사와 가축 목장 운영에 있어서 아프리카 노예 노동자들이 중심 역할을 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대규모 가축 목장 시스템이 번성하면서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인기를 끌던 소규모 시스템은 무색해졌다.

이로 인해 역사가들은 노예 상인들이 목축을 전업으로 하던 서아프리카인들을 납치해 노예로 삼아 가축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으로 싣고 왔다고 제안하게 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 숙련된 아프리카 카우보이들은 특수 안장에서 소를 올가미로 묶는 것과 같은 방법을 발명했을 것이라고 그들은 추측했다.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동물 고고학 전문가인 타냐 페레스(Tanya Peres) 교수는 “이 새로운 연구는 스페인 무역 네트워크에서 아프리카인과 소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페레스 교수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고 유능한 아프리카 목동들의 노예 노동이 없었다면 스페인의 가축 목장 산업이 예전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델솔은 그의 저서 ‘콜롬버스 이후 미국의 가축(Cattle in the Postcolumbian Americas)’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좋은 환경, 넓은 토지, 숙련된 아프리카 카우보이들의 결합으로 인해 카리브해, 멕시코 및 미국 남부에서 가축 목장이 확장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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