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 북콘서트 내용을 미리보다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본지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김승국 전통문화칼럼리스트는 『김승국의 문화상자』(휴먼앤북스)를 출간하고 오는 11월 29일 대학로 한예극장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독자제현의 관심부탁드린다. 아래는 김승국 북콘서트 포스터이며,  아래 글은 북콘서트 내용 중 일부다. [편집자주] 

 

사자성어 ‘법고창신(法古創新)’, 연암 박지원이 처음 언급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이위사의(可以爲師矣)’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공자가 참다운 스승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자 태도를 언급한 것으로서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라는 말로서 과거 전통과 역사가 바탕이 된 후에 새로운 지식이 습득되어야 제대로 된 앎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보통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보다 한발 더 나아간 우리의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있다. 바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법고창신은 한자조어(漢字造語)이지만 중국의 역사적 석학들에 의해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열하일기(熱河日記)'로 잘 알려진 조선조 실학자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년)이 연암집 권 1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처음 언급한 말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을 한 자 한 자 새겨보면 본받을 법(法), 옛 고(古), 비롯할 창(創), 새 신(新)으로서 그대로 해석하면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라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根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곰삭은 말이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명언이다.

  법고창신은 우리 국악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용어이다.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생성 발전되어온 국악이라는 고유하고 수준 높은 음악 자산이 있고, 일제강점기 이후 짧은 역사 속에서 김덕수 등 세계적인 사물놀이 연주가와 클래식 음악 분야에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한 저력이 있는 나라이다. 게다가 BTS 등 K-pop의 세계진출은 문화강국으로서의 저력을 보인다.

국악은 아직도 지루하고 고루한 음악인가

  그러나 국악은 우리의 전통음악으로 지루하고 고루한 음악이라는 선입견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소설가 장정일마저도 그의 저서 <악서총람>에서 “국악은 한국의 음악이지만 한국인과 가장 거리가 먼 음악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요즘 젊은 국악 창작자들과 전통공연예술가들이 새로운 것을 찾고 즐기려는 관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여 다양한 장르와 협업하는 등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을 통하여 국악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요즘의 국악은 과거의 전통음악을 재해석하여 이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구축해가고 있다. 요즘 국악의 트렌드는 2000년대 기악 중심의 앙상블 중심에서 2010년대부터 소리꾼의 시대로 접어들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악기로만 구성된 음악보다 목소리와 가사가 있는 성악 장르가 더 강세를 보인다. 

서울 젊은국악축제에서 이희문 프렐류드 놈놈 공연 장면
서울 젊은국악축제에서 이희문 프렐류드 놈놈 공연 장면

  판소리 소리꾼 김율희와 ‘노선택과 소울소스’가 어우러지는 음악이나, 국악밴드 ‘씽씽’ 출신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밴드의 노래,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밴드, 추다혜자치스, 악단광칠, 고래야, 잠비나이 등의 음악의 성과는 과거 국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찾고 즐기려는 관객의 요구에 응답하고자 하는 노력의 성과이다. 판소리와 밴드, 거문고와 EDM 같은 다양한 변주가 대중음악과 국악이라는 장르의 구분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젊은국악축제에서 소리꾼 유태평양
서울 젊은국악축제에서 소리꾼 유태평양

국악, 법고창신(法古創新)에서 답을 찾았다

  요즘 국악 곡의 추세를 살펴보면 국악을 전면화하는 음악보다는 요소로써 국악을 선택하여 대중이 좋아할 만한 틀에 국악을 부분적으로 넣거나, 실험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음악, 실험에서 끝나지 않고 설득력이 있는 음악,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음악, 전통적 악기와 소재로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국악은 과거 전통음악의 틀을 깨고 나와 현대인들의 취향에 따라 찾아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음악이 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서울 젊은국악축제에서 판소리 소리꾼 김율희와 ‘노선택과 소울소스’
서울 젊은국악축제에서 판소리 소리꾼 김율희와 ‘노선택과 소울소스’

  다시 말해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원리와 흐름이 국악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사실, 국악은 당대의 대중음악이었다. 그래서 국악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현재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겨운 시기이지만 슬기롭게 이겨내며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根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되살릴 때다. 지금, 우리 가까이 다가온 국악을 미래의 전통이 되도록 다듬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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