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심리학과 권 민아 교수가 이끈 연구팀
어린이 알코올 중독 시발점은 카페인 탄산 음료에서부터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일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9~10세 어린이가 1년 이내에 술을 마실 확률 사이에 놀라운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전문 사이트 어스닷컴(Earth.com)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2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 종단적 연구에서는 매일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섭취한 어린이가 1년 후에 알코올을 섭취할 가능성이 두 배나 높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은 최근 어린이 음주와 알코올 중독이 커다란 사회적, 공중 보건적인 문제로 등장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는 어린이는 술과 약물에 중독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는 어린이는 술과 약물에 중독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서울대 심리학과 권 민아 교수가 이끈 연구팀

이러한 연구결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려를 안겨준다. 무엇보다 특히 어린 나이에 약물 사용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관문으로서 카페인 함유 탄산음료가 암시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서울대 심리학과 권민아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의 습관적인 섭취가 초기 음주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충동성 증가와 작업 기억력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충동성 증가와 작업 기억력 감소 두가지 요인은 개인이 약물 사용 장애에 걸리기 쉽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는 아동의 뇌 발달과 건강에 초점을 맞춘 광범위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청소년 뇌 인지 발달 연구(Adolescent Brain Cognitive Development, ABCD Study)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참여 아동의 인지 능력은 다양한 과제를 통해 평가되었으며, 뇌 활동도 모니터링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매일 섭취하는 어린이는 비소비자에 비해 독특한 뇌 활동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및 약물 사용 장애가 있는 개인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패턴인 전대상피질(ACC)의 활동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업 기억을 테스트하는 실험에서 탄산음료에 빠진 아이들은 기억 기능에 중요한 전두엽의 하전두회(IFG)에서 활성화가 덜 나타났다.

어린이 알코올 중독 시발점은 카페인 탄산음료에서부터

주저자인 권민아 박사는 “우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가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매일 섭취하면 가까운 미래에 약물 사용 가능성을 예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한가지 가능한 설명은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카페인과 설탕)에 포함된 물질이 뇌에 독성 효과를 유발하여 알코올과 같은 더 강한 약물에 더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이디어는 "게이트웨이 가설(gateway hypothesis)”과 일치한다. 이 이론의 기본 개념은 선천적으로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가 어린 나이에 카페인과 같은 물질을 찾고 시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고 불법 약물에 접근하기가 쉬워지면 알코올과 같은 더 강한 약물을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9세에서 10세 사이의 카페인 함유 탄산음료 소비와 나이가 들수록 다른 약물 사용 가능성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약물 사용 및 오용(Substance Use & Misuse)’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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