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그만두고 비싼 학비 투자했지만 효과 못 봐
기업체들, 기술 계통의 경험자 뽑고 무경험자는 안 뽑아
최고의 하버드 MBA, 졸업 후 3개월 내 취업 못 한 비율 8%에서 20%로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MBA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는 학위 명칭 중 하나다.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문화권 등에서도 굳이 번역을 하기보다는 대부분 MBA라고 그대로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경영학 석사(MBA: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일컫는 말로 20세기 초 미국에서 생겼기 때문에 보통 미국 경영학 석사 중 실무를 중심으로 하는 학위만을 의미했다. 그러나 유럽이나 기타 국가에서도 이를 모방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신설하면서 MBA로 지칭하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을 중심으로 국가의 산업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기업들이 과학적 경영기법을 추구하면서 MBA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됐다.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MBA 졸업생들의 구직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소득의 보증수표’ MBA가 수난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최고의 명문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학위 졸업식 모습. [사진=Harvard Business School] 
최근 미국 고용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MBA 졸업생들의 구직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소득의 보증수표’ MBA가 수난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최고의 명문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학위 졸업식 모습. [사진=Harvard Business School] 

몸값 높이는 수단…그러나 직장 그만두고 비싼 학비 투자했지만 효과 못 봐

특히 세계 대공황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한 인력 양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역한 군인들의 직업 교육에 대한 필요성 등으로 인해 20세기 초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게 됐다.

오늘날 비즈니스 스쿨, 또는 경영대학원으로 불리는 MBA의 목적은 유능한 전문 경영인과 창업자를 양성하는데 있다.

그동안 미국의 유명 대학 MBA 출신들은 GE와 같은 제조 기업, 또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금융 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최고 경영진으로 대우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고용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MBA 졸업생들의 구직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소득의 보증수표’ MBA가 수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MBA를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직장인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고 2년간 최대 20만 달러(약 2억6000만 원)의 학비와 함께 별도의 생활비까지 스스로 부담해야 하지만, 학위 취득 시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미국 MBA 졸업생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최상위권 MBA 졸업생들도 구직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기업들이 MBA 채용을 줄이거나 연기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몇 년간의 채용 시즌에 비해 급격한 변화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한 MBA 명문 예일대학, 컬럼비아대학교, 그리고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취업 담당자들의 말을 인용해 기업들이 최근 몇 년 동안 MBA 2년차 채용을 대폭 줄이거나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의 하버드 MBA, 졸업 후 3개월 내 취업 못 한 비율 8%에서 20%로

하버드대의 경우 졸업 후 3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MBA 졸업생의 비율은 2021년에 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로 급증했다.

스탠퍼드대도 3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MBA 졸업생의 비율이 18%로 늘었다. 지난 2021년에는 이 비율이 9%에 불과했다. 또한 명문 MIT도 이 비율이 2021년 5%에서 지난해 13%로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MBA 졸업생들을 선호하는 직장들이 최근 채용에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BA 졸업생들은 컨설팅이나 첨단기술, 금융 분야에서 직장을 얻기를 원하지만, 최근 1년간 해당 분야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예전보다 더 신중하게 직원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도 MBA 졸업생들에게 불리한 대목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MBA 학위를 지닌 구직자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구직자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일대의 한 MBA 진로 담당은 "기업들이 MBA 졸업생을 채용하는 것은 이들이 경험이 없는 분야에서도 쉽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채용 시에 더 까다롭게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MBA 졸업생들이 농업과 제조업 등 기존에 MBA 졸업생들의 관심이 적었던 분야에서 취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텍사스주립대 MBA 진로 담당 브리트니 타이리는 "첨단기술 분야의 채용이 줄었지만, 소비재와 유통업 등에 취업하는 졸업생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WSJ에 따르면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은 MBA 채용 전략을 재고하거나 내년도 사업 그림이 더욱 명확해지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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