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당국의 감시 줄어들고 예산도 감소
1950년 이후 최대 감염자… 2018~2022년 80%나 늘어
신생아 감염 3755건, 10년 동안 937%나 늘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매독은 스피로헤타(spirochete)과에 속하는 세균인 트레포네마 팔리듐균(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이다.

이 질병은 성관계에 의해 주로 전파되지만 모체에서 태아에게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임신 중인 경우 매독균이 태반을 통해 넘어가 신생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항생제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매독은 단순한 성병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최근 환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으며, 심지어 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독은 성관계에 의해 주로 전파되지만 모체에서 태아에게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임신 중인 경우 매독균이 태반을 통해 넘어가 신생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사진=픽사베이]

1950년 이후 최대 감염자… 2018~2022년 80%나 늘어

1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때 크게 줄었던 매독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손길이 뜸해지자 70여 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NPR은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지적을 인용해 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들게 돼 매독 감염 확산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내 매독 감염 건수는 20만7255건으로 195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는 17% 늘어난 수치이자, 이 가운데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 사례가 거의 80%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신생아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과 전국 모든 지역에서 비율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2022년 미국에서 매독으로 태어난 아기의 사례는 3755건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지난 10년 동안 놀랍게도 937% 증가한 수치라고 CDC는 밝혔다.

단계별로는 가장 전염성이 강한 단계인 1·2기 매독 감염 건수가 10% 늘었다. 2018년에 비하면 68% 불어난 것이다.

미국에서 매독은 1990년대에 거의 사라졌다가 이후 공중보건 예산 부족과 약물 사용 증가, 정신건강 문제 악화 등의 영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보건 예산·인력이 코로나19에 집중된 여파로 매독 등 다른 질병 대처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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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매독은 1990년대에 거의 사라졌다가 이후 공중보건 예산 부족과 약물 사용 증가, 정신건강 문제 악화 등의 영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보건 예산·인력이 코로나19에 집중된 여파로 매독 등 다른 질병 대처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 [사진=iStock free image]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당국의 감시 줄어들고 예산도 감소

보고서는 “소수 인종 및 소수 민족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오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약물 남용의 증가, 콘돔 사용의 감소, 지속적인 사회 경제적 상황, 주 및 지방 차원의 성병(STI: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 서비스 감소 등 다양한 이유를 지적하고 있다.

CDC는 “성병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시기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선별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CDC의 성병 담당 국장 직무대행 로라 바크먼(Laura Bachmann) 박사는 NPR과의 회견에서 "성병 분야는 임계점에 달했다. 우리는 이들 성병 감염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 매독의 영향이 이처럼 심각했던 적은 지난 수십 년간 없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보건 당국의 자원이 코로나19, 엠폭스 등 공중보건 비상 사태들에 몰려 상대적으로 예산 지원이 줄어들어 성병 피해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바크만 박사는 덧붙였다.

CDC 산하 ‘HIV, 바이러스성 간염, 성병, 결핵 예방 센터의 조나단 머민(Jonathan Mermin) 센터장은 " 1990년대 미국에서는 매독이 거의 근절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전염병은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STI를 예방하는 피임 도구, 매독에 대한 첨단 테스트 기구와 같은 혁신적인 예방 대책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는 혜택을 받을 사람들에게 도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머민 센터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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