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불만 우려해 EPA 배출가스 기준 강화 시기 미루기로
2032년까지 승용차의 67% 전기차 전환 목표 완화
UAW, “무리하게 빠른 전기차 전환” 바이든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대기 오염 및 지구 온난화 방지 노력에 앞장섰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요구대로 전기차 도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인들이 휘발유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전환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배기가스 배출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향후 몇 년 동안 전기 자동차 판매를 빠르게 늘리도록 요구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며 "새로운 규정은 이른 봄 전에 발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에 탄 바이든 대통령. 대기 오염 및 지구 온난화 방지 노력에 앞장섰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요구대로 전기차 도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전기차에 탄 바이든 대통령. 대기 오염 및 지구 온난화 방지 노력에 앞장섰던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요구대로 전기차 도입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노조 불만 우려해 EPA 배출가스 기준 강화 시기 미루기로

이는 EV 판매가 급격하게 증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작년 4월 환경보호청(EPA)이 발표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할 계획으로 풀이된다.

EPA의 이 기준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차량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강화된 기준을 맞추려면 내연기관차의 기술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어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EPA는 새 기준을 도입하면 전기차가 2032년에 판매되는 승용차의 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2년까지 67%라는 목표는 유지하되 2030년까지는 배출가스 기준을 서서히 강화하고 2030년 이후부터 기준을 대폭 끌어올려 전기차 판매를 급격히 늘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변화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했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휘발유 자동차 업계와,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따른 노조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032년까지 승용차의 67% 전기차 전환 목표 완화

노조는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필요한 노동자 수도 적다.

실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작년에 새 배출가스 기준이 공개되자 일자리 우려가 해결되기 전에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UAW는 지난달 24일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는데, 이는 EPA가 지난달 초 백악관에 완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보고한 이후에 이뤄졌다고 NYT는 보도했다.

또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과 충전 불편에 부담을 느끼면서 전기차 수요가 자동차 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전국에 충전소를 깔고 전기차 비용을 낮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노조도 전국에 새로 들어서는 전기차공장에 노조를 설립할 시간을 확보하기를 원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업계와 노조의 반발을 기회로 여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많은 미시간주가 대선 승부에 중요한 경합주라는 점을 고려해 전기차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 자동차가 여전히 많은 미국 주류 소비자들에게 너무 비싸며, 충전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iStock free image]
전문가들은 전기 자동차가 여전히 많은 미국 주류 소비자들에게 너무 비싸며, 충전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사진=iStock free image]

​​​​​​​UAW, “무리하게 빠른 전기차 전환” 바이든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UAW의 바이든 지지 선언 이후 숀 페인 UAW 위원장과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기차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훨씬 적은 노동자가 필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그렇게 원하지 않는다. 전기차는 전부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이 배기관 배출을 대폭 감소시키는 내용을 담은 EPA 규정을 3월부터 실시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행정부 제안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2023년 8% 미만에서 2032년까지 67%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의 자동차 제조업체 판매 데이터 분석과 의견 검토에 따르면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미국에 본사를 둔 램 앤 지프(Ram and Jeep)의 유럽 모기업인 스텔란티스는 미국의 많은 트럭을 그렇게 빨리 수익성 있게 전기 트럭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경고해 왔다.

존 보젤라 미 자동차혁신협회(AAI: 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AAI) 회장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바이든 행정부에 제안된 EV 판매 증가를 늦추도록 촉구해 왔다.

그들은 EV 자동차가 여전히 많은 미국 주류 소비자들에게 너무 비싸며 충전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