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전공의들이 19일 사직서를 내고 20일 병원을 떠나기로 한 기존 방침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사직은 전국 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16일 예고한 ‘19일 사직서, 20일 근무 중단’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의료 현장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이 먼저 나섰다. 당초 20일 오전 9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던 것보다 하루 앞서 19일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교육 현장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5일 한림대 의대 4학년이 1년 간 집단휴학 방침을 밝힌데 이어 18일 원광대 의대생 160여명이 휴학원을 신청했다. 전국 2만명가량의 의대생들도 20일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시점에 맞춰 학교를 비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현재 전국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전국의 병원에서 전공의 사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전공의협의회가 구성원(320명)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사직 여부를 ‘개별적 선택’에 맡기기로 했지만, 상당수 전공의가 다른 병원의 사직 행렬이 시작되면 사직서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전성모병원에서도 인턴 21명 전원과 레지던트 23명(전체 48명) 등 전공의 44명이 사직서를 낸 뒤 오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인천 소재 길병원도 전공의 196명 중 42명, 인하대병원은 158명 중 64명, 인천성모병원은 92명 중 38명이 각각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제주대병원도 지난 16일 이후 파견의 18명을 포함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93명 중 53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의사들의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이 점차 현실화하자 환자와 보호자들은 예정된 진료와 치료, 수술 등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빅5 병원을 비롯해 대형 병원은 수술 스케줄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기존 입원환자의 전원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들의 업무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수술이 취소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서울 소재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기 전 진료를 받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접수대와 진료실 등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이처럼 전공의들의 진료 현장 이탈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또 ‘응급실 24시간 체계 유지’, 경증환자 분산‘ 등 의료 공백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전국의 지방의료원 35곳, 적십자병원 6곳과 보건소 등 공공병원의 진료 시간을 연장하고 비대면 진료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19일 전국 한의원과 한방병원, 한의과대학부속병원의 ‘평일 야간 및 공휴일 진료 확대’를 추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된 고발이 있을 경우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임을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확인되는 개별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