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통한 연기금 가세 지원 예정
우수기업 표창, 인센티브 등 기대보다 약한 세제지원 제공
주식시장 상승 동력 작용 여부 ‘물음표’...추가대책 강구해야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세제지원·표창 등 우수 기업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세제지원·표창 등 우수 기업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26일 공개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딱 그대로 였다.

이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되자 기관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세로 돌아서는 등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당초 기대했던 세제지원 등의 지원책이 미약해 증시를 끌어올릴만한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의 영향으로 그동안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분류돼 강세를 보였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등 금융주들이 4~9% 폭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가치가 우수한 기업들에게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연기금 등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행동 지침)를 개정하기로 했다. 

공개된 방안에 따르면 약 1600개에 달하는 전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 1회 자율 공시해야 한다.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는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소통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발표 내용을 토대로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열고, 6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상장사들은 관련 내용을 참고해 하반기부터 자율 공시에 나서게 된다. 기업 개선 계획 수립을 위해 공시 기한은 설정하지 않았으며,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시하기로 했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다양한 방식의 세정 지원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추가로 기업 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투자 판단을 지원하는 내용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담겼다.

우선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 개발해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 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수 기업’ 종목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오는 12월 출시·상장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일반투자자들도 기업 가치 우수 기업에 투자가 가능하게 된다.

분기별로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PBR·PER·ROE)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비교 공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도 연 1회 외부에 알려야 한다.

정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감안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을 뜻한다.

‘투자 대상 회사가 가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시장과 소통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가이드라인을 상반기 중 개정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 성장하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고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긴 호흡을 갖고 중장기적인 과제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된 대책 중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것이다. 

중장기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수적인데 이날 제시된 인센티브만으로는 기업들의 참여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관기관 관계자는 “이날 나온 지원책 수준으로는 시장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세제·세정 지원은 모범 납세자 선정 같은 내용뿐인데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보다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참여 유도의 성격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에 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꾸려진다면 차익매물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 이후로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온 외국인이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한달 동안 코스피는 이익 전망이나 할인율 변화 등 펀더멘털 요인과 무관하게 움직였으며 오히려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가 증시를 움직이는 재료로 작용했다”며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실망 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월로 예정된 2차 세미나에서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만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판단은 다른 상황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에게 노력을 강제하는 것보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에 따라 공시 의무화는 오히려 의미 없는 형식적 계획 수립·공시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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